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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Oct 04. 2024

사랑의 언어

< 신앙 일기 1 >

목사이자 상담가인 게리 채프먼은 자신의 책 < 5가지 사랑의 언어 >에서, 사람의 언어에는 <5가지의 언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인정하는 말

두 번째. 함께하는 시간

세 번째. 선물

네 번째. 봉사

다섯 번째. 스킨십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각각 본인이 좋아하는 언어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언어를 ‘제1의 언어’라고 명명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은 뒤, 남편과 나는 어떤 언어를 좋아하는지, ‘제1의 언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부록에 있는 ‘5가지 사랑의 언어 검사’ 지를 꼼꼼하게 체크해 나갔다.


          남편과 아내의 <사랑의 언어> 비교표


옆의 도표에서 보듯이,

남편의 ‘제1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아내인 나의 ‘제1의 언어’도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남편과 아내인 나의 ‘제1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내심 기뻤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 남편은 조금 바뀐 듯하다 ㅋ. 예전에 남편은 나랑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바깥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교회 생활에. 주일에는 새벽 기도부터 시작해서 오후 예배까지 다 드리고 나면 오후 11시경이나 되어 집에 들어온 남편을 볼 수 있었다. 주중에는 아침 새벽 기도부터 시작해서 출근했다가 거의 일주일에 3, 4번은 교회에 가 있다가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당신이 교역자야? 교역자는 월요일에 쉬기라도 하지! 당신은 월요일도 쉬지 않고 교회에 가잖아! 교역자보다 더 심하네!”

내 입술은 이 말을 달고 살았고, 남편은 ‘너는 떠들어라 나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아무 대꾸 없이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였다(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그런 남편이 늘 불만이었다. 외출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않고 대부분 집에서 혼자 보내는 나를 내팽개쳐 놓는 것만 같았다.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 안 준다’는 말이 진리인 양 내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참 철이 없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남편이 너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나는 늘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런데 요즘은 남편이 바뀌었다.

회사 일이나 아주 바쁜 일을 빼고는 거의 나랑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전에는 친구들도 좋아해서 가끔 친구들도 만나고 하더니 요즘은 친구들이랑 있는 것보다 나랑 있는 게 더 좋다고 한다 ㅎ. 저녁을 먹고 산책을 같이 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 차를 한 잔 마시고도 온다. 저녁 늦게 편의점에 가서 뭔가를 사 올 때도 물론 같이 간다(때론 귀찮아서 안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끈질기게 졸라대는 통에 마음을 접고 얼른 같이 갔다 온다 ㅋ).

남편도 나처럼 ‘제1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이었나 보다. 그런데 그때는 젊기도 했지만, 교회 생활이 일종의 사회생활이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처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얍복강의 야곱처럼 나름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도 모르고… 정말 미안하다.

어쨌거나 남편과 아내인 나의 ‘제1의 언어’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헤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또,

남편과 나의 ‘제2의 언어’도 똑같이 <인정하는 말>이었다.

남편은 예나 지금이나 아내인 내게 인정하는 말을 참 잘해준다. “당신 정말 예뻐!” “당신 요리가 제일 맛있어!” “당신은 글을 정말 잘 써!” “당신은 참 착해!” “당신은 참 좋은 아내야!”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인정해 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분에 어릴 적 깊이 파인 상처들이 싸매어져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 나 스스로 느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더니 남편의 인정하는 말, 칭찬하는 말이 아내인 나를 춤추게 해 주었다. 아내의 <사랑 탱크>에 사랑을 가득히 부어준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

반면에 나는 남편에게 <인정하는 말>을 얼마나 해 주었나? 돌이켜 본다. 남편의 1/10도 나는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인정하는 말> 대신에 남편 탓을 하고, 깎아내리는 등, 남편이 상처받을 일들을 서슴없이 했던 것 같다. 야곱처럼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남편에게 용기를 부어주기는커녕 내 신세 한탄만 들어달라고 앵앵거렸다. 자존심도 무지 상했을 텐데… 아니란다.

그것 또한 고맙다.

그동안 남편도 나의 <인정하는 말>이 얼마나 듣고 싶었을까?

그것도 몰라 주었다니… 정말 미안하다.


심성 깊은 남편을 내게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30여 년을 같이 살면서 그동안 <인정하는 말>, <칭찬하는 말>에 인색했던 나도 기도하며 변하려 노력 중이다. 끊임없이 <칭찬하는 말>을 함으로써 남편의 <사랑 탱크>가 비지 않도록 나도 날마다 사랑을 넣어 줄 것이다.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멋져요!”

“당신은 남편으로써 제일 훌륭해요!”

“당신은 참 성실하고 착해요!”

“당신의 칭찬의 말은 사람들을 춤추게 해요!”

“당신이 최고예요!”

“여보, 사랑해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 4,5,6,7절)



https://youtu.be/fwtu7kYVc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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