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사랑해~♡

< 신앙 일기 1 >

by 이숙재

영상 매체에서 육아 상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유독 찔리는 부분이 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아이 앞에서 남편과 마구 다툰 일이다.

그때는 나도 어리고 철이 없어 그런 행동들을 했지만, 고작 3, 4살밖에 안된 아이 앞에서 우주만큼 커다란 어른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난리였으니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육아 상담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모가 다투는 장면을 볼 때마다 아이는 너무 무서워서 두려움에 벌벌 떤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때문에 다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개중에는 자기만 없어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했다는 내가 이렇게 무식할 수가 ㅠㅠㅠ.


어느 날, 딸아이에게 늦게나마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수업이 오후라 오전에 집에 있는 딸아이와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네게 사과하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딸아이는 몹시 궁금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너 어렸을 때 아빠, 엄마가 네 앞에서 너무 많이 다퉜던 것 같아. 미안해...”

“……”

딸아이는 나의 느닷없는 사과에 잠시 당황스러워하더니 이내 새삼스럽다는 듯이 툭 내뱉는다.

“요즘도 가끔 다투면서 뭘...”

“그렇지... 요즘도 가끔 다투지...”

아이의 예기치 않은 반응에 약간 기분도 상하려고 했다(아직 멀~었다 ㅋ).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사과의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변명이지만 그땐 엄마도 너무 어렸고, 지혜롭지 못했던 것 같아… 네 앞에서 그렇게 다투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미안해…”

딸아이는 듣는지 안 듣는지 커피를 마시기만 한다.

“……”

나는 마치 하나님께 회개하듯이 딸아이에게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더군다나 그 당시 엄마는 우울증이 심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 오로지 힘든 나만 보였던 것 같아. 어린 너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정말 미안해…”

“……”

딸아이는 한동안 아무 말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커피잔만 만지작만지작하던 딸아이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한다.

“그땐 정말 속상했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아이의 슬픈 목소리가 내 심장을 쿵 때렸다.

아이의 어릴 적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때 받은 상처가 마치 유리 파편처럼 마음속 깊이 박혀 있는 것만 같았다.

가능하다면 그 유리 파편들을 직접 빼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하나님께 그 상처를 보듬어 달라고 기도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정말 미안해… 왜 그렇게 철이 없었는지…”

“아빠 엄마가 많이 부족해.”

“……”

“하지만 아빠 엄마는 너를 무지무지 사랑해. 이 사실만 잊지 않아 줬으면 해.”

“……”

“앞으로 아빠 엄마가 실수하더라도 이해해 줘. 그리고 언제나 말해줘. 고치도록 노력할게.”

“……”

계속 커피잔만 매만지는 딸아이의 손을 슬며시 잡으며 말했다.

“미안해, 딸.”


한동안 내 이야기만 듣고 있던 딸아이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나도 아빠 엄마에게 실수할 때 많은데, 뭘…”

딸아이의 눈 맞춤이 마치 내 사과를 받아들여 주는 것만 같아 너무 기뻤다.

“그래, 다 실수하지. 그런데 실수하고는 사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 특히 가족끼리는... 가족이라 함부로 대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 편하다고... 엄마도 더 노력할게!”

“알았어, 엄마! 나도 노력할게요!”

“고마워, 딸!”

“나도!”

“우리 절대 잊지 말자! 아무리 갈등이 벌어져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우리 딸, 엄마는 언제나 너를 믿어! 그리고 날마다 너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해. 우리 딸, 사랑해♡”

“엄마, 고마워요! 나도 아빠 엄마 사랑해요♡ 나도 노력할게요!”

“고마워~”

엄마의 늦은 사과도 기꺼이 받아주는 딸아이가 너무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성경 <출애굽기> 2장에 보면 애굽의 바로 왕이 모든 남자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모세를 살리기 위해 갈대 상자에 갓난아이를 넣어 강가에 띄운다. 강물에 정처 없이 흔들흔들 흔들거리며 떠가는 갈대 상자를 보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들인 모세가 죽을지 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오직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요게벳의 마음. 아마도 가슴으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모세를 하나님께서 반드시 지켜 주실 거라는 믿음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나도 요게벳의 심정으로 딸아이의 앞날을 하나님께 맡긴다.

부모로서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딸아이의 앞날을 부모인 내가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직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

거친 세상 가운데서도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기를 하나님께 무릎 꿇고 기도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반드시 딸아이의 앞날을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의 확신을 가지며 감사드린다.

그동안 엄마인 나로부터 받은 상처들, 하나님께서 치유해 주시고 더 밝게, 더 행복하게 살기만을 기도한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너의 삶의 참 주인 너를 이끄시는 주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드린다.”


https://youtu.be/knI6bsXeg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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