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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아 Dec 23. 2023

이열치열

몰입도 명상이다.

우리의 삶의 슬픈 단어들은 왜 이렇게 사무칠까... 심장처럼 뜨거운 삶의 애환들을 놓고 우리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열치열이라나? 나는 뜨거움으로 그 애환들을 녹여내려 한다. 뜨거운 몰입을 통하여.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몰두하게 되면 모든 것을 잊는다. 그 시간이 지나면 청소된 듯 마음이 맑아진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나는 평상시 사진 찍기에 열성적이다. 그냥 그 순간 그것을 놓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보는 찰나에 사진으로 담고 싶은 욕망이 손끝을 움직인다. 오롯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을 조금이나마 소유한다고 착각하는 거겠지만.(기억의 보장 기한을 연장해 주니까.) 그렇게 본다면 나는 매 순간 열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늘 사진을 찍겠다고 염두에 두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의 부리가 사냥감을 향하듯 매섭게 포착하는 내 눈망울과 손짓은 내가 보아도 신기할 모양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사진을 찍은 건지 이 책의 사진들도 평상시에 습관처럼 찍어둔 사진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휴대폰의 카메라의 보급화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없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못 누려보았을 그런 것. 나는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때때로 즐겁다.

글을 쓰는 행위도 삶의 애환을 녹이는 큰 열정이다. 글쓰기라는 것은 일단 삶의 사소함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가볍게 출판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규칙적으로 써본 결과 글을 쓰면서 되려 삶이 차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나라는 사람이 무얼 그렇게 원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집중할 수 있는 오롯한 작은 습관, 글쓰기로 그렇게 알고 싶었던 나라는 사람이 조금은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오오오 나의 구세주. 나의 구세주는 역시 나였다.

그림 그리기 또한 나의 열정의 한 조각이다. 재료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으로 그려보니 얼마나 재밌던지. 어릴 적 미술시간에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쭈뼛쭈뼛 힘들었는데, 홀로 그리는 그림은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가뿐한 느낌으로 그려서 그런지 내가 보아도 만족스러운 그림이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그림의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내가 완전히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오롯이 나만을 느끼며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생생히 존재한다. 사진 찍기와 같이 일상 속에 나는 종종 나를 잊는다. 그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삶의 가볍든 무겁든 가지고 있는 질문들을 놓고 그냥 가볍게 살 수 있는 순간들은 가벼운 취미로 시작되기도 한다. 당장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라. 예를 들어 퍼즐 조각 맞추기도 좋다. 삶의 뜨거운 애환들을 녹여보자. 다채로운 명상으로.





나를 위한 질문

Q 나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정도로 몰입한 적 있나요? 어떤 일에 몰두하나요? 당신의 삶의 애환은 그럴 때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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