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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아 Apr 17. 2024

그때 그때의 아쉬움

한풀 꺾인 무더위 하지만 새로움은 언제나 역동적이다.

가을을 실감할수록 선명한 여름이었음을 느낀다. 여름 안에서만 살아간다면 여름을 도리어 모를 수도 있다. 그처럼 지나야 만 알 수 있는 것들은 어쩌면 아쉽고 슬프기까지 하다.

지나간 사람을 아쉬워하는 이유도 그때는 그 사람의 의미를 잘 못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재할 때가 돼서야 그만의 짙은 영혼의 향기를 알아차리게 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그를 입장과 깊이 이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왜 우리는 어리석음에 대하여 늘 이야기할까. 아마도 아쉬움 때문이리라. 늘 같아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 새로움은 어떤 측면에서는 어리석음의 발견일 것이다. 성숙함은 지난 실수를 되짚어가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성찰은 우주의 질서 같은 것이다. 진화 속에서 수많은 개체들이 성장했듯이 우주는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것이 참 경이롭다.

우주의 일부인 나라는 사람도 그 성찰이라는 순리에 적응한 듯싶다. 매일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나를 다듬어가고 싶은데 그 방편으로 글이 참 용이하다. 생각만으로는 다 정리가 되지 않는다. 글을 차분히 쓰다 보면 웬걸 내 안에 다듬어지지 않은 영역도 보인다. 글을 다듬는 것은 생각의 정리 차원에 그치지 않고 꽤 섬세하게 나 자신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생각이나 대화 등은 사실 우리의 생각의 지도에서 나오게 된다. 지도의 많은 부분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미지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많은 질문이 필요하고 질문을 만나는 데에 좋은 것이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책을 걷다 보면, 나만의 오솔길이 생기는데 그것은 참으로 기쁘다.

나는 그 오솔길에서 길을 잃더라도 미지를 탐험하고 싶다. 생각의 조밀함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글을 쓴다. 그 조밀함은 어느 때이고 드러나게 된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나의 대답이 꽤 준비가 된 것처럼 흘러나올 때처럼 말이다. 그것에는 필시 평소에 정리해 두었던 나의 글귀가 묻어나기 마련이다. 생각은 너무 추상적이라면, 글은 꽤 명료하다.

글귀를 다듬어 가는 과정 속에서 나를 담금질하다 보면 어느새 실제로 바뀌어가는 나를 본다. 그것이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글쓰기는 너무나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그렇게 귀하게 써 내려간 글도 지나고 보면 아쉬울 때도 많다. 이제는 그 아쉬움이 인생의 달콤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가 새로 쓰이는 것이라는 증거가 바로 아쉬움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움에서 역동성을 느낀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그러한 아쉬움이라는 역동성을 만들어갈 때 우리는 새로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선선해지면서 새로운 가을에 대한 설렘만큼이나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쉬웠다. 그 무더위조차 너무나 달콤했음을 시원한 가을바람 한 자락의 소중함에서 깨우친다. 그 온도의 차이에서 나는 성숙해간다. 그리고 함께한 여름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이전 여름과 달리 올해는 사뭇 다른 이들과 함께한 여름이다. 그 색은 역시 또 달랐다.

이제 나는 가을과 함께 또 가을이 되었다. 가을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아쉬움을 따라서 여름의 그림자를 걷어갈 것이다. 그림자의 영역에는 사랑만이 남는다. 조금 덜 사랑할 걸이라는 후회는 없다. 사랑에는 늘 넘침이 없기 때문이다. 넘치게 사랑하여도 모자란 나날들. 모든 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 가을을 또 찬란히 걸어가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른다. 그때 그때의 아쉬움을. 하지만 안다... 지나고 보면...



나를 위한 질문

Q 아쉬움이 드는 것 3가지를 적어서 새로움으로 치환해 보세요. 아마도 당신은 그 아쉬움에 감사하게 될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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