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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아 Dec 15. 2023

나로 인해 물들어 가는 네가 좋으면 좋겠어

나의 아픔도 당신에게 지도가 되기를.

안녕. 모두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오늘의 글감은 우리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나는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이 글쓰기를 한다.  내가 쓰는 소셜 네트워크의 글도 누군가의 일상에 가볍게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더더욱이 클 것이다. 그것이 산뜻하길 바란다. 오늘 가을볕에 물든 은행 잎들이 바래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가을볕처럼 너무 뜨겁지도 않게, 그렇다고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의 태양처럼 노래하고 싶어졌다. 딱 물들기 좋은 거리감. 여름에 태양은 너무 뜨겁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일정 거리를 두고 당신에게 이래라저래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열린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가고 싶다. 조금 더 한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눈을 씻는 시간이 되면 좋으련만.

그런 우리가 서로 물들기 위해서는 이해하는 시간과 애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기라는 개성조차도 스스로에게 이해되기까지조차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가. 그런 우리가  자기 PR을 게을리하면 안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이 책은 나를 말하는 수단이다. 그처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는 장이 필요하기에 우리가 소셜 네트워크를 하는지도 모른다. 하다 못해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고르는 일에도 솔직한 PR은 필요하지 않은가. 정성스럽게 한데 모아 자기를 하는 책 한 권조차도 사실은 그 한 사람의 깊이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라도 해봐야 내가 좀 더 그대에게 입체적이지 않겠는가.  나는 이 책이 나의 벌이가 되면 좋겠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나에게서 익어버린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책으로 인해 혹시라도 대중 앞에 서야 할까 봐 괜한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는 걸 한 일화를 말해주면 나를 알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리코더 실기 시험이었다. 다들 보는 앞에서 내 순서가 왔다. 연습은 열심히 했건만 막상 불어보니 후우울- 푸후훌- 후훌후-라는 떨리는 숨소리만이 리코더를 통해 확성기처럼 퍼지는 것 아닌가. 평소 내성적인 것을 눈치를 챈 선생님께서 내 순서 다음번 친구에게 시험을 보자고 하시면서 사람들이 없는 쉬는 시간에 홀로 리코더를 불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 주신 적이 있다. 그만큼 남 앞에 서는 두려움이 아주아주 크다. 하나의 예를 더 들자면 친한 친구 결혼식에 축가와 축시를 한 바 있는데 그때 관람하시던 친구의 가족친지 직장동료들이 한 목소리로 말한 것을 잊을 수 없다. "염소가 온 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 나는 그러하다. 남이 눈치챌 정도로 벌벌 떤다. 이것은 내가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서 남 앞에 의연히 서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의 입체적인 면모를 알리기 위해 책과 유튜브를 할 생각이 크다.(일방적인 송출이라 참 다행이다. 휴우.) 누구나 자기 대면을 한다. 다른 방식으로도 나를 드러낼 일이 있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드러내는 것은 두렵지는 않다. 아마도 물리적 거리감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나를 반드시 다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나에게 편안한 방편으로 내가 아팠다는 사실을 말해본다. 사실 처음에는 아프다는 사실 자체가 아무렇지 않기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덤덤하기도 하다.

사실 나는 얼마 전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병을 잡아가는 단계에서 중간에 조현병이라는 진단명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신병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가까운 친구조차도 나에게 '정신병 환자'라는 익숙한 편견을 가졌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물론, 나도 그러하였다. 내가 환자가 되기 전 까지는 환자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정신병에 대 인식 하나로 바뀌는 나의 좁은 세상. 나는 정신병을 앓고 나서야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놓을 수 있었다. 나도 관대한 편이라 선입견이 적다고 믿었건만, 사실은 이 세상의 그저 그런 선입견이 가득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 사건이었다. 나는 나의 사고관의 변화를 말하고자 한다. 변화란 단순한 인지의 변화이기도 하다. 처음엔 나 같은 사람이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당시 무척 당황했었다.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병마와 싸우기 위해 조사한 결과 조현병 환자들의 인식은 너무나 억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현병은 100명 중 1명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는 흔한 병으로  많은 의사진들도 그 인식과 싸우려 노력하고 있었다. 일단 나부터 인식을 고쳐먹으니 조현병이라는 병식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조현병이랑 양극성 장애의 차이를 알고 있냐고 하였고 오진일 것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망상 증세가 있다고 해서 다 조현병은 아니야. 조현병의 증상으로는 '와해된 언어'와 '논리적이지 않은 전개의 대화'라는 특징이 있는데, 내가 본 는 그렇지 않았어"라고 말하였다. 그러니 양극성 장애인 것이지 조현병이라는 진단은 오진일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조사하고 알아본 뒤 그것에서 조금 신경을 끄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하나하나의 현상을 우리가 한데 묶어 병명으로 조합해 보지만, 사실 그것이 조현병이든 양극성 장애이든 하나의 단어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수많은 한 사람 한 사람 정신적인 현상을 한 가지로 표현하겠는가. 하지만, 스스로 진단하기에는 양극성 장애 1형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람을 다 알기에는 부족한 시간이기에 오진도 일어날 것이라며, 그래서 다들 입원을 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조금이나마 오랫동안 관찰한 뒤에 병명을 진단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다. 양극성 장애는 흔히 부르는 조울증이다. 그 증세로는 망상도 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으로부9년 전 나는 심리치유로 시작하여 명상과 함께 삶의 수행적인 면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게 사실은 꽤 진지한 수행이라 부처님처럼 뭔가 깨달음을 얻고자 하였다. 실제 부처님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영성계에서 말하는 신비한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영성계에서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 중에 전생을 보기도 한다. 수행으로 얻는 육신통이라는 신묘한 능력 같은 것 말이다. 나는 그래서 9년간 연애를 하지 않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최근 무렵에 갑자기 전생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굳게 전생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것이 더 깊어져 공룡전생부터 로또번호까지?! 아뿔싸! 어느새 망상 환자가 되어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인식하고 망상임을 인정하는데 뼈저린 고통이 있었다. 망상환자에게는 그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듣기에 당연히 망상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깊은 수행을 하던 나에게 망상은 상처가 되었다. 그만큼 수행에 진심이었던 것이다. 엉뚱한 내 망상을 믿었던 내가 참 애달프고 슬프지만 꽤나 귀엽기도 하다. 공룡 전생이라니... 내가 망상환자라도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이지 않은가. 실제 나라는 사람이 변화된 것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병식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치료를 해야 하니까. 하지만,  다시 말하건대 어떠한 현상을 겪었을 때 그것이 무엇이라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아팠다는 사실이 아프기도 하지만, 더더욱이 내 정신을 건강하게 특별히 관찰하리라 마음먹은 건강한 이슈이기도 했다. 이 책은  "나를 사랑해 줄래요? 아프기도 했던 내가 당신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나를 투명히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기엔 나는 나를 다 몰라서 당신께 어필하지 못하지만."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정말로 그러하다. 나는 나를 다 모른다. 내가 양극성 장애라니. 그렇게나 아팠다니. 마음 수행을 9년간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 정작 내가 아프다니. 수행 9년 차가 되자 다른 분야에 아는 것 없던 나는 '명상 안내자'라는 직업을 가지려고 했었는데, 그때 하필 정신적인 병을 앓으니 그러한 직업을 가져도 될지 겁이 났다. 내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픈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치유하겠는가하고 말이다. 나부터 선입견이 생긴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두려움이라는 흙탕물이 가라앉고 맑은 물아래 나를 보니 더 깊어진 것 아닌가. 선입견을 선입견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한 나를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도 볼 수도 있는 더 겸손한 자리로 안내한 병이 고맙기도 하다.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에 대한 평가에 대한 과도한 예민함과 수치심을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내려놓으면서 더 건강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로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명상을 안내하고자 한다. 아무도 나에게 하지 마라고 한 적 없는데 내가 막아섰던 것이다. 되려 아픔을 더 이해하는 깊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픈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멀쩡하던 내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웃고 있어도 속은 타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의 소중한 이슈. 그래서 하고 싶은 말들도 생겼다. 그래서 30대 중후반 지금부터 차근히 배워  마음에 드는 때에 음반도 내려한다. 딱히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냥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나를 털어내고 싶어서이다. 건강한 방식으로. 전생을 보았다는 내 말을 들으면 망상하는 내가 귀엽기도 할 것이다. 그 망상이 꽤나 독특하기 때문이다. 공룡시절 날아다니며 알을 쪼아 먹는 익룡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으로 약간의 사고의 전환도 해보았다. 우리가 윤회한다는 것을 믿는 사후관을 가진 나로서는 우리가 공룡이었다는 발칙한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45억 년 전 지구탄생 이후로 광물에서 식물 그리고 공룡을 거쳐 등등등 인류까지 온 것이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더욱 생생히 다가왔다고나 할까. 인간이 아니었음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예전에 나로서는 꽤나 임팩트 있는 망상이었다. 아무튼. 나 같은 사람도 꽤나 있겠지만... 나는 나랑 사후관이 달라도 서로 대화가 가능하면 좋을 것 같아 이쯤 하려 한다. 에헴. 그리고 부탁하건대, 당신은 나랑 처음 만난 것이니 조금 예의를 갖춰 보길 바란다. 나도 당신이 처음이라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이라 변명도 해본다.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망상처럼 들리더라도 재밌는 친구라고 생각해 주길.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로또 망상 이야기는 다음 편에...

나를 위한 질문

Q. 당신이 주로 하는 망상은 무엇인가요? 망상이란 자기의 믿음을 전제로 하는 상상입니다. 상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망상이 아니라 상상이 아닐까요? 당신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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