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한국이 좋아졌어요!

그땐 괜히 유럽이 좋아 보였다..

by 삶은 별

친구들과 술 한잔 하거나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할 때면 줄곧 오르내리던 말이 있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럴까?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자꾸 후진국이 되어가는 것 같지? '

' 우리나라는 왜 이모양인 걸까..?'

나라를 그 모양으로 만든 게 나일 수도 있으면서 그땐 왜 그렇게 나라에게 이 시대에게 불만만 많았는지..

아일랜드로의 떠남을 준비하면서도 나는 늘 유럽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있었다. 뭔가 그들은 우리와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적절한 여유와 친절한 미소로 세상을 팍팍하게 사는 사람보다는 느긋함과 배려가 넘쳐나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많은 곳일 것만 같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터무니없는 생각인데도 그땐 하도 티브이에서 복지국가 유럽.. 가족과의 시간이 많은 나라, 아빠가 일찍 퇴근하는 나라 등 좋은 모습의 유럽만 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유럽 사람들은 다 그럴 것이다라는 심각한 오류의 늪에 빠진 것이다. 물론 한국에도 좋은 사람들 세상을 빛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오래오래 살아온 나의 삶의 터전이다 보니 자꾸 좋은 사람들 보단 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만 같아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변해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으면서 말이다.

어찌 유럽 사람들이 아일랜드 사람 모두가 다 괜찮은 사람들일 수 있으랴.. 감히 그렇게 생각한 내 마인드의 문제가 아주 많았던 것임을 나는 아일랜드에 오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아일랜드에 오기 전 나에게 한국은 점점 동방 예의 지국과는 멀어져만 가는 이기적인 사람들 나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래서 점점 살기가 팍팍해지는 그런 나라로 변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때는 기회만 된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날로 늘어만 가는 보복운전, 층간소음 문제, 야근문화, 한강의 쓰레기, 제도만 육아휴직, 사교육 열풍, 성희롱.. 등 이면에 좋은 면보다는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시선을 가지고 색안경만 끼고 있었다 나의 나라에게...

아마 내가 돈이 여유가 좀 많았다면 진작 나가 살고 싶어서 안달복달 나지 않았을까?

그 돈이 없었기에 한국에 오래 머물다가 잠시 오게 된 아일랜드에서 나는 다시금 나의 나라에 대한 좋은 눈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이자 감동임을 말해본다.


그랬다 나는

스물일곱 살에 첫 해외여행을 갔기에 그전에 해외에 대한 정보는 죄다 책으로 배웠다. 이십 대에는 돈의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 당시 손미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으며 유럽에 대한 로망을 키웠으며 수많은 워홀러들의 에세이와 산티아고 순례기 등 많은 여행 작가들이 쓰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읽으며 내 나라 밖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스물여덟부터 시작되어 다양한 나라들을 여행하게 되면서 나의 해외에 대한 관심과 왜 우리나라를 이럴까라는 것에 대한 비교가 시작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 이렇게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6개월 이상 거주해보니 고작 5일에서 열흘씩 다녀온 나라를 두고 그 나라에 대해 모든 것으로 판단할 수 없었을 텐데 나는 지난 10년 동안 나의 짧은 여행 경력에 비추어 그리고 언론과 책에서 읽은 수많은 정보로만 그 나라를 아는 듯 잘못된 판단 기준을 가지고 그 나라의 단면만을 보며 무모한 동경을 해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일랜드 연수를 준비하면서도 나의 유럽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나이 지긋한 유럽 사람들이 정겹게 인사해주던 스위트함과 항상 겸손한 모습으로 레이디 퍼스트를 우대해주던 제스처들, 야근문화라곤 찾아볼 수 없어 가정에 충실하여 항상 웃음이 넘치며 사람을 대할 때도 모두가 다 올바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갈 것만 같은..... 분명 대한민국에도 저들보다 더 겸손하고 세상 긍정적으로 잘 사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나와 마주친 숱한 허접하고 불량한 사람들로 인해 내 나라 대한민국을 그저 그런 나라도 판단했었다. 나는...


유럽의 어느 나라 아일랜드에 6개월째 살아보니 여기도 한국만큼 개념 없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또 한국만큼 좋은 사람도 많았으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꼭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아일랜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크다는 테스코 매장을 남편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남편 우유 옆에 웬 생선이 있네? 이거 바로 옆쪽에 있던 거 같은데 다시 가져다 놓을까? "

" 그래 그러자 누가 잘못 놨나 보지? 내가 갔다 놓고 올게 잠깐 기다려 "

"헐.. 자기야 네가 뭘 봤는지 알아? 생선 코너에 갔더니 거기엔 스테이크용 고기가 있더라... 그냥 막 놓고 가나 봐 이 사람들.. 이걸 우리가 다시 제자리에 갔다 놓을 이유가 없어.. 너무 많다 이런 물건들이.."


사실 처음엔 누군가 혹은 애들이 그랬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라도 제대로 놓자라는 생각에 도로 가져다 놓으려고 했는데 마트 곳곳을 다니다 보니 정말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놓고 가버린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옆에서 고기를 고르던 여성분이 그 고기 옆에 사셨던 치즈를 놓고 가는 걸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나마 냉장을 냉장끼리 놓은 건 양반이었다. 가끔 고기가 아이스크림 통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처음으로 여름옷을 사기 위해 방문했던 '페니스'라는 옷가게에서는 진열된 옷 아래로 수북이 쌓여있는 옷더미를 본 적이 있었다. 처음엔 재고 정리를 하려나? 아니면 시즌 아웃 옷을 빼나 싶었는데 몇 번 그곳을 가보고 나니 그 옷들은 손님들이 입어보거나 고르다가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옷들이 흘러 흘러내려 옷더미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내가 보았던 옷을 그 옷 근처에라도 놔두는 것은 양반이었다 그곳에서는...

이밖에도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에서 본인 먹었던 음식을 그대로 테이블에 놓고 간다거나, 2층 버스 뒤편에서 맥주를 마시며 취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나 저녁 늦게 탄 버스 맨 뒷자리에 대자로 누워 잠든 아저씨.. 운전 중에 미친 듯 클랙슨을 울리거나 본인 운전에 방해를 준 자전거 라이더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거나..

정말 6개월 동안 나는 아일랜드에서 참 많은 장면들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계속 말한 적이 있었다.

'한국사람들이 훨씬 낫다..'

아일랜드에도 한국 사람들보다 성격 좋고 매우 친절하며 올바른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넘쳐 난다.

그런 분들 덕분에 아직까지 내가 아일랜드에서 웃으며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내가 내 나라 대한민국을 향했던 그 마음이 아일랜드에도 살고 있는 비슷한 사람들 덕분에 부지불식간에 싹 바뀌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유럽에 대한 심각하리만큼 엉성했던 내 환상이 깨졌을 뿐!

아일랜드도 물론 살만하다. 정말 좋은 사람도 참 많다. 그러나 오늘부턴 내가 살았던 대한민국 경기도 그 우리 동네가 아주 조금 더 여기보다 살만한 동네 같다.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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