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난생처음 TIE시험을 보았다.
아일랜드에서 살아본지 어느덧 8개월 차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 벌써 첫 번째 학원은 졸업을 했고 우리는 비자 연장을 위해 두 번째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아일랜드에서는 학원의 수업이 종료되면 의무적으로 시험을 보아야 한다. 물론 시험을 보는 건 개인의 결정이지만 우리와 같이 비자를 연장을 해야 한다면 무조건 봐야 한다. 아이엘츠, 캠브리지, TIE 시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비자 연장 전까지 보아야 했다. 아이엘츠는 이민 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요즘 한국에서도 꽤 많이 본다고 알고 있었고, 캠브리지는 해외 학교를 입학하기 위한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들어본 적이라도 있는데 도대체 TIE라고 쓰여있는 이 시험'타이'라고 읽는 이 시험은 무슨 시험이란 말인가?
"우리 다음 달에 시험 봐야 하는 거 잊지 않았지? 시험 봐야 한다니깐 은근히 떨린다~"
"당연하지. 우리는 TIE 시험 보면 될걸? 우리 학원 결제할 때 학원 프로모션으로 포함되어서 그걸로 보면 된다고 했는데.. 시험비도 무슨 캠브리지는 200유로가 넘고 타이 시험도 120유론가 그렇다던데 무슨 시험 한번 보는데 15만 원이래.. 엄청 비싼 거다. "
"근데 타이 시험이 뭔 시험일까?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공인 영어 시험은 본 적이 없는데. 한 번도 안 해본걸 아일랜드에서 처음 해보게 생겼네. 영광인 건가~"
"진짜? 토익도 본 적 없어? 우와 우리 남편 아일랜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가는 건가? "
그 흔한 토익 한번 본 적 없는 우리 남편 아일랜드에서 생에 첫 시험을 보게 되다니 그런데 그 시험이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시험이라니 처음과 처음이 만나면 무슨 결과가 나오는 걸까? 영어 첫 경험을 이곳에서 하게 되나니
우리는 타이 시험에 대해서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TIE 시험은 Test of Interactive English의 약자로 아일랜드에서 만든 일종의 글로벌 공인 영어시험이라고 할까? 보통 오픽 시험이나 토익 스피킹 시험은 실제 스피킹 시험이라고 해도 기계와 대화를 하는 방식이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스피킹을 테스는 방식이 아닌데 타이 시험은 형태가 달랐다.
오직 라이팅 시험과 스피킹 시험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스피킹 시험의 경우는 응시자 2-3명이 면접관 1명과 직접 대화를 하는 방식이며 그 대화가 녹음이 되고 대화를 면접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보러 들어간 학생들끼리도 서로 질문을 해야 하는 방식이기에 듣는 것도 잘 들어야 했다. 기계가 아닌 사람과 직접 테스트를 본다니 은근히 새로운 신선한 방식이었다.
"자기야 근데 찾아보니깐 타이 시험은 일반 시험하고 다르게 내가 직접 자료를 다 찾아가야 하고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어야 한데 정말 제대로 영어 공부되겠는데? 찍어서 맞출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없는 건가 봐 "
"영어책이라곤 우리 얼마 전에 봤던 영어동화책이 전부인데 우리 책부터 골라야 하는 거 아니야? 와~ 나는 영어 시험도 처음인데 제대로 된 원서를 다 읽는 것도 처음일 텐데 나 잘할 수 있겠지? "
"오~ 우리 남편 아일랜드 와서 첫 경험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리고 타이 시험은 책 1권 읽고 내가 관심 있는 기사도 찾아야 하고, 로그북이라고 해서 내가 관심 있는 자료를 찾아서 간단한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야 하나 봐. 한국말로 하기도 어려운걸 영어로 해야 한다니 장난 아니다 이 시험. 무슨 시험이 준비할게 더 많아~ 만만히 볼 시험이 아닌 거 같다"
사실 처음에 타이 시험 봐야 한다고 들었을 땐 6개월 뒤에 볼 시험이었고 먼 이야기라 생각했지. 이런 시험인 줄은 전혀 몰랐다. 그저 토익같이 영어 공부 열심히 한 후에 가서 보기만 되면 되지라고 생각했었다. 정 안되면 찍어도 되지 뭐라고 아주 쉽게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사실 토익이나 아이엘츠 같은 시험은 스피킹 시험이 수반되는 시험이긴 하나 문법 시험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정 안되면 찍어도 되며 따로 영어공부가 필요한 것이지 자료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타이 시험은 내가 찾아간 자료를 토대로 면접관과 직접 질의응답을 하게 되며 라이팅 시험의 경우도 내가 찾아간 자료 중에서 선택된 2가지 항목에 대해 서술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공식적인 답 찾기 시험에 익숙한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고 준비해야 하는 타이 시험은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되어 은근한 스트레스와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어 시험 보는 당일까지도 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느덧 시험 당일이 왔고 남편과 나는 열심히 만든 로그북과 처음으로 다 읽은 영어 원서 책을 들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은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링구아 바바라는 어학원이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와 있었고 우리는 교실로 이동한 후 여권과 준비해온 로그북을 잘 만들어 왔는지 확인을 한 후 1시간 동안 라이팅 시험을 보았다. 라이팅 시험은 A형과 B형으로 나눠졌는데 나는 친구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여행에 대해 편지글을 쓰라는 내용과 준비해 간 기사에 대해 왜 찾게 되었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주제였다. 모르는 내용이 아닌 기사를 찾았던 내용에 대해 쓰는 것이기에 어렵진 않았으나 아뿔싸! 나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가 영어 스펠링이었는데 여전히 나는 영어 스펠링에서 헷갈리기 시작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은 쉬운데 받아쓰기하듯 쓰는 영어 스펠링은 왜 자꾸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지 볼펜만 사용해야 하는 시험지는 자꾸 두줄이 그어지며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1시간가량의 라이팅이 끝나면 스피킹 테스트 시간을 배정해 주고 그 시간에 맞춰서 해당 교실에 들어가면 된다. 남편과 나의 시험은 2시간 뒤로 배정받았다.
"헐.. 자기랑 나랑 같은 시간인데? 우리 같이 시험 봐야 하나 봐~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한 명 더 있는데? "
"그러게 3명이서 들어가나 봐 자기는 최저 임금 기사랑, 내가 가본 가장 좋은 여행지에 대해 준비했다고 했지? 나는 겨울왕국 2 기사랑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 베스트 3에 대해 했는데 너무 쉬운 걸로 한 건가? 우리끼리라도 함 연습이라도 해볼까? 막상 보려니깐 은근히 떨리네~ 진짜 이거 제대로 영어 시험이었어. 라이팅 보니깐 알겠네. 역시 우린 공부 더해야 하나 봐"
결국 남편과 나는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옆에 앉은 브라질 친구 직업은 변호사였으며 영어실력이 엄청났으며 하필 기사와 자료 준비 주제가 정치와 정책이야기였다. 여행이나 음식 이런 주제였으면 좋았을 텐데 한국말로 들어도 어렵다는 정치 이야기를 준비해온 그녀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이야기와 이탈리아의 정책의 불균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정말 아무리 귀를 쫑긋 세우로 이해해 보려고 해도 반은 들리고 반은 흘러가는 그 영어들을 다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첫 번째 사람의 설명이 끝나면 면접관은 나머지 두 명에게 그 사람의 설명에 대해 하고 싶은 질문을 하라고 한다. 그럼 그 질문을 듣고 다시 대답을 하면 되고 그다음 사람에게 그다음 사람에 비슷한 방식으로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한시도 딴생각을 할 수 없고 설령 내가 다음 순서여도 내 것을 준비하거나 생각할 틈이 없다. 앞사람의 말을 들어야지 그 사람에게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내 귀는 열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남편과 나는 한국식 영어에 익숙한 발음과 귀를 가지고 있고 서로 무슨 주제로 이야기할지를 대충 알고 있었기에 할만했는데 복병의 브라질 변호사 언니 덕에 우리 둘의 귀는 온우주의 기운을 다 받아내듯 그녀의 눈과 귀를 향해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이내 우리의 뇌를 스쳐 지나갈 뿐 잔상이 깊게 남아 주진 않았다. 20분 남짓한 테스트 시간이 우리에겐 2시간과 같았다.
"남편~첫 영어 시험 본 소감은 어때? "
"재밌는데? 뭐 솔직히 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나 봤지? 엄청 버벅 거리긴 했는데 이렇게 내가 영어로 자료도 준비해보고 그리고 직접 사람하고 대화를 하고 순간적으로 대답해야 하고 사실 테스트라기보다는 정말 리얼 말하기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생각보다 유익했던 것 같아. 솔직히 나는 토익이나 그런 시험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시험은 약간 그래머 공식 싸움이기도 하잖아. 뭔가 공식을 알면 풀릴 것 같고 그리고 자기가 말해준 오픽이런것도 기계랑 본다며~ 그런데 이건 리얼 사람하고 보니깐 더 생생했던 것 같아."
"오~우리 남편 첫 시험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나 보네~마저 나도 오픽도 봤었지만 진짜 이게 진짜 영어 시험인 거 아닌가 싶고 물론 이걸 점수로 막 환산하고 하는 건 기준이 모호하니 그걸 기준으로 다 잡을 순 없지만 나는 결과보단 이 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하는 그 기간이 더 중요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 "
정말 타이 시험은 사실 시험을 보는 내용보다는 그 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이 훨씬 유익하고 영어 공부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던 것 같았다. 원서를 읽고, 관심 있는 영어 기사를 찾고,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서 그 주제에 대한 자료를 영어로 찾아서 정리를 해서 로그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나는 영어공부를 알아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준비하면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엄청 귀찮기도 했고 어쨌든 이것도 테스트라고 은근 압박과 긴장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시험은 몇 점 이상 맞아야 한다는 통과의례도 없으며 몇 등 이상 해야 하는 기준도 없기에 세상 편하게 본시험이라서 난생처음 본시험 치고는 지금까지 본 다른 숱한 시험과는 참으로 달랐던 것 같다.
아일랜드 와서 처음으로 영어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보니 그동안 해온 점수를 따기 위해 해온 모든 공부들이 참으로 나를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세상 짠했다. 다른 목적이 아닌 그저 영어를 잘 말하고 싶다는 이유로 펼쳐 든 지금 이곳에서의 영어공부의 시간은 생각보다 재밌고 스스로 무언가 자꾸 찾아보고 꺼내보는 재미가 생겨 은근히할만하고 하고 싶어 지는 중이다.
그리고 한 달 넘게 이 시험 보겠다고 난생처음 영어시험을 본 우리 남편과 그리고 같이 본다고 수고한 나를 위해 우린 그날 시원하게 기네스 한잔 원샷하며 타이 시험을 잘 보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