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크리스마스라면 12월 24일에서 25일을 말하는 것 아닌가? 물론 선물을 준비하고 연말을 준비하는 시기가 12월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일랜드에 와서는 참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아직 크리스마스는 오지도 않았으며 며칠이나 더 남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더블린은 이미 11월부터 슬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다. 10월 말 핼러윈이 끝남과 동시에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하나둘씩 장식들이 바뀌기 시작했으며 11월 말이 되니 아일랜드 전체가 크리스마스스럽게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도 연말이 되면 시내 곳곳에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트리와 다양한 장식들이 있지만 유럽이라는 나라 아일랜드에서 처음 맞게 되는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크리스마스라서 의무적으로 꺼내 든 트리 장식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는 즐거운 날이므로 모두 함께 이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자라는 의미가 물씬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나만 이 이쁜 것을 즐길 수 없다 이것은 다 함께 같이 보고 함께 즐거워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담겼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온 건물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어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핼러윈 때도 상점마다 레스토랑마다 집집마다 장식해 놓은 것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크리스마스는 핼러윈의 두배쯤은 더한 화려함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겨울은 4시면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므로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노을과 크리스마스 분위기 그리고 그래프튼 거리 위에서 울리는 버스킹까지 더해지면 분위기 깡패가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여행이었다면 한번 보고 지나갈 장면을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하는데도 그 장면이 주는 더한 새로움이 있다는 것을 아일랜드에 살아보면서 알아가는 중이다.
"자기야 저기 건너편 집 봤어? 어제는 트리만 장식해 놓더니 이제는 빔도 쏘고 장난 아니다. 핼러윈 때도 경쟁하듯 장식을 하더니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장식에 비하면 소꿉장난이었어. 크리스마스 장식은 스케일이 다른데? "
"그러게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많아서 밖에다 장식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는데.. 내 집 거실만 꾸밀 줄 알았지 여기 사람들은 밖에다 꾸며 놓으니깐 정말 걸어 다니면서도 남의 집만 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절로 난다. 여기 동네 크리스마스 데코 시상식 한번 해도 될 정도야 정말 클래스가 남다른 집들 많다 많아."
정말 요즘 남편과 동네 걸어 다니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11월부터 시작된 집집마다의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는 12월이 넘어서니 정말 경쟁이라도 하듯 그 화려함이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었다. 첨엔 창가에만 보이던 트리에서 지붕 위를 장식하더니 이제는 벽에 빔을 쏘고 이렇게 화려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온 동네가 크리스마스 잔치 중인 것 같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보니 동네를 걷고 있는 것뿐인데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이 계속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사는 집일 뿐인데 동화 속의 눈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처럼 나는 동화 속의 공주가 된마냥 동네를 거닐고 있었다.
단 하루의 크리스마스가 아닌 크리스마스를 위해 하루하루를 준비하며 즐거움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며 살 수 있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트리를 꺼내 장식하고 내 집 마당을 내 집 벽면을 손수 장식하는 기분은 어떤마음일까? 행복하겠지? 뿌듯할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크리스마스 장식 그리고 트리를 만든 기억도 가물가물한 우리의 크리스마스.. 그저 그 하루를 즐기기 위해 부리나케 사는 선물 로맨틱해져 보기 위해 예약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종교적 의미를 뺀다면 언젠가부터 우리에겐 다소 형식적인 메리 크리스마스..
그러다 만난 아일랜드의 더블린의 크리스마스는 따뜻하다 못해 촘촘한 사랑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참으로 멋진 메리크리스! 크리스마스는 오지도 않았는데 더블린은 미리 크리스마스 중이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준비기간은 화려하게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은 그 화려함을 가득가득 모아놨다가 가족들과 함께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보낸다고 한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지는 상점도 문을 닫고 버스도 기차도 거의 안 다닌다고 한다. 모두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참으로 올바른 크리스마스 아니던가.
남편과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내게 될 아일랜드 집에서의 크리스마스! 아일래드사람들스럽게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보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