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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Jul 14. 2021

빠르니들 접촉사건

'마흔'

 

얼마 전 소규모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결혼을 하고 점점 줄어든 외부 활동이었던지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는 게 그립기도 새삼 기대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몇 년생이세요? 저는 빠른 81입니다..."

"빠른 이요? 에이~82년생이신 거잖아요"..

나 때문에... 분위기 싸해짐 (_ _)


분위기 수습을 위해 주변에서 에이 빠른 이면 뭐 친구죠라고 하며 웃어넘기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나는 그동안은 빠르니들에게 별 의견을 내지 않았었다. 같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물론 깊이 있는 친구로 간 사람은 없었던 것 같지만.. 근데 왜인지 최근 들어 나는 빠른 이라는 단어에 초 민감해졌다. 첨엔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빠른은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는 규정도 아니고 그들은 공식적인 나이 확인에서는 엄연히 82년생으로 살고 있다 보니 사십 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공식적으론 한 살을 어리게 살면서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만으로는 나와는 다른 삼십 대를 살고 있다 보니 최근의 나의 마음은 울퉁불퉁 빠르니들에게 삐뚤어짐 삐죽거림이 생겨버렸나 보다.


솔직히 빠른 81이라는 말인즉슨 '나는 82년생이긴 한데 빠른 81이라서 내 친구들이 다 81이거든 너와도 같은 연배로 지내고 싶은데 괜찮지?'라는 말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십 대였을 때도 삼십 대였을 때도 이런 일들은  숫하게 겪은 일이라서 어찌 보면 이런 사건들은 내 일상을 살아가는데 별일은 아니었다. 한두 살 차이가 친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쿨내 나게 살은 나이기에 정색하며 '그래서? 빠른 인데 나랑 친구하자는거니?' 하며 빈정댈 맘은 추어도 없다. 마음 맞으며 열 살 차이도 친구가 되고 좋은 인연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희한하게 마흔이 되어보니 그동안 쿨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살았던 빠르니들의 삶이 이유 없이 얄미워졌다. 젊음이라는 단어가 가까이 있을 때는 그깟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했던 나인데 청년에서 획의 방향이 몇 개 전환된 중년이라는 단어를 받아 들고 보니 청년이 아닌 중년은 나이 하나 바뀌는 것도 상관있었다. 나이 먹는 게 싫은 거였다. 만으로 해도 이제 나는 빼박 마흔이라 나는 하루라도 한 살이라도 더 젊게 살 수 있다면 좋겠으니 이런 나와 맘먹고 친구 하자면서 한 살은 젊게 사는 빠르니가 부러웠던 거다.

비공식적으로 나마 단 몇 개월이라도 젊게 살기도 나이 들게 살아볼 수 있는 소소한 그들의 특권에 질투가 났다.


나를 피식 웃게 만드는 빠르니 접촉 사건.

나에게 그렇게 나이 드는 게 싫으냐 싶겠지만 아직은 중년 초입단계라 그런지 자꾸 삼십 대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미련이 남은 시절이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 아직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빠르니들이 더없게 부러웠다. 마흔도 곧 익숙해지고 또 한 번의 그리움이 찾아올 오십쯤에도 오겠지.


살아온 시간이 넓어져가는 만큼 젊음은 줄어들지만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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