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토그래퍼 김두혁의 '뜻밖의 한 컷' (11)
벌써 11월이다. 가을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바로 제주의 자연이다. 어느덧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면서 제주의 자연은 또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푸르른 바다와 초록의 숲을 만날 수 있는 제주의 여름과는 달리 제주의 가을은 곳곳에서 다양한 색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다양한 꽃들과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인 제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은빛 물결로 제주를 뒤덮는 억새가 아니라도 제주의 가을은 충분히 아름답다.
이번 여행은 제주의 가을을 만나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 간단하게 폰카 하나만 들고 떠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고, 힘들게 등반을 하지 않더라도 한라산의 멋진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천아계곡(천아수원지)은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으로 가기는 힘들지만 힘겹게 한라산을 오르지 않아도, 숲길을 걷지 않아도 계곡 입구에서도 충분히 한라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를 지키는 오래된 건물에서도, 계곡을 향해 내려가는 길목에서도, 계곡에 다다르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풍경 속에서도 노랗고 붉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은 제주의 가을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는 법,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자!
가끔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을 보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평소에는 건천인 제주의 하천이기에 이렇게 계곡 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 홀로 주인공이 되어 계곡의 단풍과 함께 사진을 남기면 그야말로 '찍으면 작품'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로 등반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어린 유아나 어르신들을 동반한 여행이라도 안전하고 가볍게 한라산 단풍을 느낄 수 있는 과연 또 어디 있을까? 붉게 물든 단풍은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계곡 주위로 펼쳐져 있는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천아계곡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손에 닿을듯한 거리에 단풍잎이 펼쳐져 있고, 계곡 건너편 숲길을 걷다 보면 약수를 받아놓은 듯한 작은 통에 떨어져 둥둥 떠 있는 낙엽조차 무척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을 한 움큼 손위에 올리고 사진을 찍어보자. 마치 가을을 내 손안에 담은 것처럼 말이다!
천아계곡에 있노라면 특별한 촬영팁도 필요 없어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향해 셔터만 누르면 그대로 아름다운 단풍을 담을 수 있고, 그 풍경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멋진 인물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고가의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 하나만으로도 제주의 가을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
천아계곡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하며 때로는 시선을 남들과 다르게 가져보자.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무당벌레, 가을을 만끽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메뚜기, 새로운 생명을 전하기 위해 맺힌 작은 씨앗들 모두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의 가을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아름다운 제주의 가을을 눈과 마음에 담고, 멋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보자. 당연히 스마트폰 카메라 하나만 들고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폰토그래퍼니까!
폰토그래퍼의 폰카사진앨범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uburkis
*원고에 사용된 사진은 폰카로 찍은 #폰토그래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