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공동체를 통한 유익
나가사키의 우라카미지역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숨어서, 들키지 않고 끝까지 신앙을 붙들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낸 이들의 터전이었다. 1865년 해변가에 우뚝 선 오우라성당을 찾아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신앙을 내 보이며 전 세계에 "신도발견"의 놀라운 소식을 전하게 된 주인공들이 바로 우라카미 신앙공동체다. 이들은 그토록 염원했던 교회를 만났고, 신부와 마리아를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며 진짜 예배(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오우라성당이 건립된 것은 개항으로 인한 외국인 거류지가 조성되고 이곳이 치외법권이 인정된 곳이었기에 가능할 일이었지 금교령(전국적으로 반포된 기독교 금지 국가명령)이 철폐되거나 신앙의 자유가 허락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우라성당을 몰래 오고 가는 우라카미의 신자 공동체는 정부에 의해 발각되었고 큰 시련의 박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우라카미 4차박해) 이로 인해 약 3천여 명의 신자들이 주변의 20개 번으로 강제 이주, 유배형에 처해졌다. 이 박해는 금교령이 철폐되는 1873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발각되고 약 6년간의 지난한 박해의 소용돌이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감내한 이들이었다. 결국 600여 명이 넘는 신자들은 유배지에서 고문이나, 옥사 그리고 질병 등으로 죽거나 순교했으며 남은 이들은 길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여행"으로 여기며 다시 고향 우라카미로 돌아왔다.
귀환 공동체는 이제 자유롭게 함께 모여 예배하고, 찬송을 부르며 맘껏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숨어서 작은 목소리로 아니 눈빛으로만 신앙의 일상을 살지 않아도 되었다. 적극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을 박해하는 일에 앞장섰던,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마을 촌장의 집*을 매입했고 그곳에 고난을 이긴 승리의 증표와 같은 심정으로 우라카미 성당을 건축했다.
* 후미에
후미에는 에도 막부가 17세기부터 기독교인을 색출하기 위해 강요한 종교 탄압 행위이다.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의 성상을 밟고 지나가도록 강요했으며, 거부하면 처형되었다. 나가사키의 잠복 기리시탄 역사를 상징하며, 우라카미 성당 부지는 후미에를 강요했던 장소였다
우라카미 성당은 1895년에 착공하여 1914년 헌당, 1925년 쌍탑 완성까지 30여 년이 걸렸다. 작은 건물을 짓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신앙승리의 염원을 담아내려 했고, 더 이상 기독교가 박해의 대상이 아니며 숨기지 않고 크게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동양 최대의 성당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크고 높은 성당의 모습으로 건축되었다. 완공 당시 6천여 명의 성도들로 가득 찼었다.
큰 규모를 가졌기에 긴 기간 동안 건축이 진행된 것이 아니다. 부유한 이의 기부나 헌신이 아닌 "여행"에서 돌아온 귀환 공동체의 일원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저 가난한 농민이기만 한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눈물로 채웠다. 곧 신자들 스스로가 쌀 한 톨, 돈 한 푼을 정성스레 모았고 성당 건축에 필요한 벽돌을 직접 굽고 운반하는 등 모든 것을 신자들의 힘으로 감당했다. 모든 건축을 마치고 함께 드렸던 예배의 순간은 과연 어떤 분위기였으며, 함께 한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라카미의 귀환공동체를 통해 배운다. 그들은 고통을 지워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에 십자가를 세웠다. ‘후미에’가 행해졌던 저주의 터가, 찬송이 울리는 성당의 터가 되었다. 곧 그들의 고통의 장소를 기억의 장소로, 상처의 흔적을 은혜의 증거로 바꾸신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한다. 내가 가진 것이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작은 것이 공동체 안에서 모여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는지, 곧 상상 상상 이상의 놀라운 것들을 공동체 안에서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숱한 고난의 시간들을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들로 이해하며 묵묵히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냈던 신앙의 선배들을 만난다. 공동체를 사랑하고 공동체 안에 머무르며 그 어떤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함께함으로 채워가는 결단의 선택과 그런 태도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전능하신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넷째 달의 금식과 다섯째 달의 금식과 일곱째 달의 금식과 열째 달의 금식은 유다 집안에 기쁨과 즐거움과 좋은 축제가 될 것이다. 너희는 진실과 평화를 사랑해라!” 스가랴 8:19_순한글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