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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Mar 27. 2024

임밍아웃이 어려운 이유

임밍아웃은 언제 해야하는가, 어디까지 말을 해야하는가


내 몸 하나도 건사가 안 되는데 아이라니, 가당치도 않았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딱히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주변에 조카들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기에 임신과 출산, 육아는 우리와는 아주 먼 이야기 같았다. 시끄러운 곳을 선호하지 않기에 노키즈존만 골라 다니고, 육아 정책이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게 없고 무지했다. 살면서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것이 참 거의 없었지만, 임신 또한 그러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양가 부모님께는 바로 알리고, 혹시 모르니 안정기가 될 때까지는 임밍아웃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보통 12주 정도면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여겨 그 시기에 많이 알리는 것 같다. 초음파사진이라던지 임테기 사진이라던지, 작은 아기 신발과 함께.


하지만 말을 막상 꺼내려고 하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주변에 아이를 원해서 준비하고 있는 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 물론 아이가 생긴 것은 기쁜 일이지만, 따로 연락을 해서 알리려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마음이 어려웠다. 그들이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경험해 본 것이 아니기에 잘 될 거야, 힘내 같은 작은 말이나 행동이 혹시 상처가 될까 싶어 말을 꺼내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달이 흐르고, 이러다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출산하고 말하게 될 것 같아 16주가 지났을 때 인스타스토리에 임밍아웃을 했던 것 같다.


그 소식을 본 지인들은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나의 임신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이후 함께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며 내가 말을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꺼내며 마음을 나누었다. 기쁘게도 내가 출산을 한 이듬해, 그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나에게도 조카들이 생기게 된 것! 우리는 친구, 지인에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육아동지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기르게 되면 친구였을 때와는 또 다른 것들을 나누게 되고, 동질감이 느껴져 오히려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임밍아웃, 살면서 가장 고민했던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까지 돌아보고, 생각해 보게 된 날들이었던 것 같다. 집 근처에 난임센터가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아기천사를 기다리는 많은 분들이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건강한 아기를 만나기를 오늘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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