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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Sep 06. 2024

포인트 쌓기도 전략적으로

손자병법이라도 읽고 와야 되는 건가


오늘은 서두부터 먼저 밝히는데 나는 지금 좀 화가 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화가 났다기 보단 좀 어이가 없달까…


앱테크라는 신세계를 발견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포인트 쌓는 사이트에 방문해 미션을 완료하고 포인트를 적립해 온지 3일째. 업체 A는 카톡 채널 추가하고 60원, 업체 B는 인스타그램 팔로우하고 68원 이런 식으로 소소하게 티끌 모으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확실히 3일째가 되니 손에 익어 순식간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앱을 통해서도 포인트 쌓기를 좀 해볼까? 하고 뒤져보니 또 마침 내가 평소에 자주 쓰는 간편 결제 앱에도 포인트 쌓기 코너가 있지 뭔가!? 매일 쓰면서도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았던 포인트 쌓기 메뉴가 갑자기 눈이 들어오면서 설레는 마음에 신나게 스크롤을 내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면서.



그런데…. 음..? 이건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인데?






분명 어제 다른 사이트에서 보고 팔로우 한 업체인데… 보상 포인트가 달랐다. 저번 사이트에서는 68원 받았는데 여기서는 110원을 준단다. 헐!!!!! 무려 1.61배나 차이 나잖아!!!! 나랑 지금 장난치 자는 거야 뭐야?????


비록 현금으로 42원 차이지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이래서 앱테크도 전략적으로 해야 되는 거구나… 하…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C사이트를 통해 제품 구매를 하면 5천 원 당 100원을 지급하는데 D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면 1만 원 당 200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다가도 7천 원짜리 물건을 구매한다 치면 C사이트를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각 업체별로 포인트 지급 정책이 다르니 상황에 맞게 이용해야 했다.



적고 보니 무슨 몇백, 몇천만 원짜리 거래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지금 우리 포인트 적립 40원, 100원 더 주는 곳 어디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바로 쓸 수 있는 현금도 아니고 현금화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 진짜 말 그대로의 사이버머니를 두고 이렇게 심각할 수 있는 건가. 정신 차려!! 정신 차려!!!! 그렇지만 나 지금 여기에 목맸는걸…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은걸….ㅜㅜ




또 열심병이 도져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또 찾다 보니 포인트적립을 할 수 있는 앱들이 정말 많았다. 심지어 내가 오랫동안 이용하고 있던 앱에서도 포인트적립 메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쇼핑과 관련된 앱은 거의 무조건이고 금융이나 결제앱도 포인트 적립 이벤트가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아이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알림장 역할을 해주는 키*노트라는 앱에도 포인트 적립이 가능했다는 사실.



키*노트 앱을 써온지 올해로 9년 차인데 포인트적립 메뉴를 처음 눌러봤다. 와…. 1년만 더 늦게 눌렀으면 강산이 변해있을 기간인데 참나. 아마 나 같은 학부모들 많을 거야. 매일 올라오는 알림장, 공지사항도 다 꼼꼼히 읽기 바빠서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포인트 적립은 무슨... 어쨌든 이건 내가 매일 체크하는 앱이기 때문에 여기서 포인트 적립하는 건 쉬울 것 같았다. 심지어 이 앱은 이벤트 개수도 많고 또 내가 자주 사용하는 쇼핑앱이랑 연계되어 포인트를 많이 올릴 수도 있다. 키*노트에서 쿠* 앱을 연동해서 쇼핑을 하면 5천 원 당 100원을 준단다. 대략 1~2% 정도의 적립률이니 나쁘지 않다. 신*계나 롯* 등과 같은 대부분의 유통 기업들이 구매금액당 0.1% 정도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1~2% 적립은 개꿀이지. 연동을 해놓고 평소처럼 쿠*에서 장을 봤더니 무슨 미끼 상품에 걸렸는지 약 2만 원 수준의 키위 구입에 대해서는 포인트를 1,600p나  지급해 줬다. 솔직히 두 앱을 연동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키*노트 앱과 관련된 포인트 정보는 아이가 유치원 하원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알아냈다. 그동안 참 무료하고 따분하게 보냈던 자투리 시간인데 이런 개꿀정보를 알아내다니, 오늘은 수확이 크다. 평소 같으면 애 하원할 때부터 오늘 저녁은 뭘 해 먹나 언제 씻기고 숙제시키나 등등으로 마음이 무거울 텐데 오늘 왠지 발걸음이 가볍네?



그래봤자 10원, 100원인데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당장 내 통장에 돈이 꼽힌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쌓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사실 일을 하고 돈을 받을 때는 건건이 받는 경우는 별로 없고 대부분 일정 시간-대략 한 달-을 채워야 통장에 금액이 찍히니까 그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기 일쑤다. 그런데 포인트 적립은 바로바로 숫자 올라가는 게 내 눈에 보이니까 더 재미있고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다만, 뒤에 0이 하나, 또는 두 개만 더 붙으면 참 좋을 텐데 세상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가 않네.



엊그제까지만 해도 포인트가 뭐냐... 티끌 모아 티끌이지 했던 내가 이렇게 포인트 쌓기에 몰두하다니. 새롭게 쌓을만한 포인트 적립 사이트를 찾거나 미션을 잘 수행해서 눈앞에 포인트 적립이 다다랐을 때 집중력은 최고치가 된다. 사실 내가 지금 하는 포인트적립들은 대부분 몇십 원, 몇백 원 수준이기 때문에 비싼 밥 먹고 어렵게 만들어낸 집중력을 이렇게 쓰는 건 조금 낭비인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열심히 적립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말을 시키면 집중이 흐트러져서 짜증이 나는 게 지금 나의 현실.... 내가 이렇게 단기적 목표에 대한 맹목성이 강한 사람이었나. 머리로는 그냥 자투리 시간 내서 쉬엄쉬엄 하는 거지 뭐~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이것만을 위해서 새벽부터 달리는 사람 같다. 그렇게 쓰기엔 내 시간은 너무 귀중하고 보상은 너무 적은데? 이거 이렇게 내 생활에 물들어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곧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겠지? 뭐야 다중이냐 너 설마.



희한하다. 뭔가를 열심히 해도 왠지 찜찜한 이 느낌. 더 열심히 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지금은 재밌으니까 좀 열심히 하다가 곧 다시 정신 차리고 내 생활로 돌아와야지 하는 애매~한 느낌. 아니 월 100만 원 가보자며? 지금도 그 다짐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렇게 해서 월 100만 원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진짜 앱테크로 돈 벌 수 있는 거 맞긴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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