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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Sep 09. 2024

포인트 적립에도 퀀텀 점프가 필요해

좀 더 큰 티끌을 찾아보자



앱테크 포인트 적립을 하다 보면 대부분 단위가 10원, 100원이다. 아주 간단하게 '어떤 물건을 검색해서 몇 초동안 그 페이지에 머무르기' 같은 미션을 수행하면 보상이 10원, 그래도 내 정보를 제공해서 인스타 팔로우나 유튜브 구독 버튼을 누르는 등 조금 더 기여를 하면 보상이 100원 수준이다. 내 목표가 월 100만 원이었으니까 일일 3.3만 원을 벌어야 하는데 그러면 100원짜리 미션 300개와 10원짜리 미션 3개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건 이런 보상 미션을 제공하는 업체가 매일 300개씩 생겨나지는 않는다는 사실. 아니 톡 까놓고 말해서 300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걸 다 수행할 수 있을까는 좀 의문이다. 결국 뭔가 다른 종류의 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앱테크 신생아. 할 줄 아는 건 손가락 눌러서 하는 포인트 적립뿐. 그런데 포인트 적립 사이트에 가보면 꼭 고가의 포인트 보상을 제공한다는 광고들이 있다. 대체로 보험이나 대출 관련 정보제공동의가 필요한 것들이다. 나는 과거의 행보 때문에 안 그래도 각종 금융사들과 부동산, 광고대행사, 건설사 등에 전화번호가 팔려서 광고 전화가 진짜진짜 많이 오는 편인데 여기에 한 스푼 더 얹기는 좀 그래서 보험사 금융사 정보제공동의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높은 포인트를 노리는 건 애당초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그날은 뭐가 씌었었나 보다. 쇼핑사이트 해킹이나 피싱 방지를 위한 A앱을 가입하면 5,000포인트를 준다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눌렀다. 7일간의 무료체험 기간을 주고 이후에는 29,900원의 월회비가 결제되는데 3일 이후부터는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3일~7일 사이에 취소를 하면 회원가입에 따른 포인트 5,000p만 남게 되는 개꿀 장사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 놓고 잊어버려서 월회비 결제될 때까지 놔두는 걸 유인해 돈을 버는 그런 구조인 듯했다. 나야 뭐 스케줄 앱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취소할 때 돼서 알람을 설정해 놓으면 된다. 회원가입을 시작해 보니 이런 사이트는 가입도 무척 간단하다. 3일 뒤에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스케줄 앱에 취소 일정을 기록해 둔다. 혹시 모르니까 4일째, 5일째에도 같은 내용을 기록해 둔다. 이렇게 치밀할 수가 없다.



그러고 나서 포인트 내역에 들어가 보니 진짜로 5천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꺄호



이 앱 저 앱 돌아다니면서 채널 추가하고 인스타 팔로우하고 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손품을 팔았는데 5천 포인트나 벌다니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제 취소 가능 기한에 취소만 잘하면 된다.



그런데 혹시나 이 서비스가 정말 괜찮은 서비스일지도 모르니까 한번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쇼핑과 금융 사기 방지 등을 위한 안심앱이라는데 정확하게 뭘 막아준 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 홈페이지도 왠지 좀 해상도도 안 맞고 어설픈 것 같다. 그냥 포인트 사냥꾼들 중에 누구 하나 걸려서 한두 달 결제하길 바라는 덫을 놓은 업체 같다. 역시 그냥 취소해 버리는 게 낫겠어…



그러고 나서 좀 더 찾아보니 이렇게 회원가입 감사 포인트를 5,000p나 주는 곳이 또 있었다. 여기는 여러 가지 게임을 모아놓은 사이트란다. 평소 게임을 1도 하지 않지만 내가 또 게임사이트 회원가입 정도는 할 수 있지. 또 신나게 들어가 본다. 여기는 아까 거기보다 홈페이지가 더 허술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3일 만에 취소하고 나올 거니까.



아까처럼 이름 넣고 간단한 정보 넣고 회원가입을 위한 10원 결제까지 마치려는데 문자가 띡 왔다.



방금 전에 5천 포인트 받았던 피싱방지 사이트에서 보낸 안내 문자와 같은 번호로 온 문자… 내가 이미 가입된 고객이란다. 방금 거기랑 사업자가 같은가 보다. 피싱방지와 게임은 전혀 겹치는 아이템도 아닌데 사장님이 리스크 헷징 차원에서 여러 분야의 사업을 벌이고 계신 건가? 그냥 포인트 사냥꾼들을 사냥하는 게 이 기업의 최종 목적인 건가?



그래서 두 번째 사이트는 가입도 못하고 포인트도 못 받았다. 어차피 공짜지만 안된다고 하니까 괜히 아쉽네.



그리고 3일 뒤 스케줄 앱 알람이 뜨기도 전에 나는 피싱방지 앱 회원가입을 무사히 철회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뭘 했을까?





가입 거절당했던 게임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완료하고 5천 포인트를 또 받았다. 피싱방지 앱에서 가입 철회를 하면 그 회사에 가입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새로이 게임 앱 가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은 호기심도 놓치지 않고 시도해 본 나 칭찬한다.



이로써 3일간 10,000포인트를 적립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100번 했어야 됐을 포인트 액수다. 대기시간이 무려 3일씩이나 됐지만 실제 노동시간이 현저하게 짧았으니 이렇게 효율적일 수가 없다. 공부를 이렇게 야무지게 했으면 하버드 할아버지 학교도 갔겠네.



그러고 나서 또 이런 개꿀포인트적립 건수 없나 싶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봤는데 아쉽게도 새로운 걸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진짜로 보험을 조회하고 대출을 알아보고 그도 아니라면 진짜 시중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게임을 받아서 회원가입을 하고 실제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미션을 달성해야 했다. 3일 간 고액 적립으로 신이 나 있었는데 이제 다시없을 횡재(?)라고 생각하니 진짜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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