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비집고 들어온 공허

by 소피아절에가다

부산스러움이 일순간 정적으로 변하는 순간

떠나는 것도 남겨지는 것도 찰나의 순간

같은 공간 달라진 공기

이리도 재바르게 공허가 비집고 들어오는구나


떠나보내는 것을 부산하게 그토록 오래 준비했건만

일순간 남겨진 공허함에 잠시 멈칫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동물

부산스러운 순간도 정적으로 가득한 순간도

오롯이 내 것인 것처럼

부산스러움도 내 것, 공허함도 내 것


평소 로봇청소기가 뿜어대는 게걸스러운 소음

이 공허함을 함께 누리는 동지의 걸쭉한 한 잔이 되고, 그럴듯한 공상이 시작된다


가까운 미래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

공허함은 인간이 누리는 지리멸렬한 감정

그렇기에 로봇은 존재만으로도 인간에게 위안이 될 터


제 집으로 어느새 기어들어가는 이 공간 나의 유일한 동지여,

다시 한번 나와 함께 나의 공허를 누려주겠니

너희와 다르게 나란 인간은 잠시 이 순간에 머물러 온전히 누려야 하니


같은 공간 달라진 공기

이리도 재바르게 비집고 들어온 공허

부산스러움을 탓했던 나의 과거에게 화해를 청하고

공허로 물든 지금 이 순간을

지금 이 순간이 가기 전에 온전히 누리리

이전 07화7. 짝사랑에 관한 습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