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을 심었다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다,
이내 시름시름 앓더니
꽃을 맺지 못한 채 고개를 꺾었다
장수풍뎅이를 키웠다
아이 손만 한 애벌레가 꿈틀거리더니
어느새 밤마다 날갯짓을 했고,
그해 여름밤 더 이상 비행하지 않았다
강낭콩이 열매 맺지 못한 것도,
풍뎅이가 딱딱한 화석이 된 것도,
나의 슬픔과 무관한 일
내가 슬픈 것은
아이의 슬픔을 옆에서 숨죽여 지켜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