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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절에가다 Dec 19. 2024

하지만

그때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내 의식

내 하루를 멈춰 세워버린

그것을 따라 발을 옮기고

그것을 목격하느라

짓물러버린 두 눈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슬퍼하고 있었고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흐르고 있었고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아파하고 있었다


작고 가녀린 활자들이

베이고 피 흘리고 물컹거리고

‘검은 숨’을 뱉어내고

그 살아있는 활자들 앞에

내가 뱉어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침묵뿐


침묵으로 움켜쥔 그때 그곳 아이들과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내 아이를

번갈아 바라본다

희뿌옇게 짓물러진 두 눈으로

번갈아 안아본다

더는 차가워지지 않게 아직은 덜 식은 심장으로



한강 ‘소년이 온다’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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