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살아 있는 마음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요
기억일까요
셀프로 찍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아직까지는 바라보기만 할 뿐
노력해서 찍으면 자연스럽지가 않거든요
내 기억에는 많은 얼굴이 있어요
활짝 열고
누군가가 찍어주길 기다리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찍어야 더 멋진데
왜 유독 노력하는 기억은
이상하게도 주름지고
예쁘지도 새롭지도 않은지
기억 하고,
활짝 웃어보세요
기 하고 웃다가도 억 하고 놀라게 되는
억지스러운 웃음
억지스러운 말
억지스러운 삶
찍지 마세요
타이머 맞춰두고
나중에 떠올리세요
지금은 그냥
잘 찍혀 두세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찍히는 것도 좋아한다. 연출되거나 의도된 사진보다는 자연스러운 사진, 작정하고 찍은 사진보다 우연히 찍힌 사진, '이때 왜 웃었지?'하고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사진이 좋다. 자연스러운 사진에는 '시선'이 찍힌다. 내가 그 순간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는지 살아있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찍은 사진이 유독 예쁘게 나온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누군가를 찍어줄 때 그런 얼굴을 잡고 싶어 노력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내가 찍힐 때는 지나치게 작위적인 얼굴이 된다. 자연스러움조차도 연출하려는 시도를 들켜선가? 한 가지 생각나는 건 과거 애인들이 찍어준 사진들이다. 그들이 나를 찍어놓고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사진은 하나같이 활짝 웃고 있다. 아니, 사실 나는 '활짝'이라고 느끼지 않고 '과하게'라고 느껴지는 얼굴이다. '웃는 얼굴 때문에 사귀자고 했다'라는 말까지 들은 적도 있다. 다시 그 사진을 떠올려봐도 난 동의하기 어려운데. 사진 속 나를 바라보는 건 아직까지도 못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모든 이유가 맞다. 사진에 담기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언제쯤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활짝 웃는 나는 물론이고 주름지거나 과장된 나까지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