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메모장에 꼿꼿하게 나를 세워둔다
금방이라도 책이 될 듯이
나는 아침처럼 선명하게
미라클하게 쓰는 사람
모든 게 미라클 하지
시간은 자국이 되고
공기가 고민이 되고
매일 밤 스크롤하며 메모된 나를 본다
그곳의 나는
다른 인간
다른 물건
오랫동안 모든 것이었던 나의 성향과 취향과 정신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알고리즘으로 컸어
나를 계속 검색하고 있어
잘 지내고 있지?
좋고 나쁨 없이
미라클하게
아침이라는 시간이 주는 단정한 공기는 나를 꼿꼿하게 서게 한다. 자극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고, 유튜브로 인사이트 주는 영상을 찾아봐도 나 같은 도파민 중독자의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중요하다.
아침, 특히 이른 아침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물건이나 풍경이 선명해진다. 마치 내 눈에 필터를 씌운 것처럼 말이다. 눈에 절대 들어오지 않던 책을 집어 들게 되고,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도 메모장에 넘치게 적을 수 있다. 이래서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 하던 것이었구나.
나는 자극을 잘 받는 편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 모든 것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언가에 영향을 잘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방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고 ‘새롭다고 느껴지는 것’에 굉장히 호기심을 보인다. 이런 성향 덕분에 아이들과 오랫동안 지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정신을 못 차리면 쇼츠 스크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쉽게 자극받고 빠르게 그만두는 나에게 아침은 매일 새로워지는 일상을 준다. 자극의 범위를 넓혀준달까. 그래서 요즘엔 아침에 뭘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자극적인 시간이 된다. 아침의 나는 저녁이나 밤의 나와 조금 다른 인간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아침의 그 사람'에게 어떤 미션을 줄 것인지 정하면서 기대한다.
내일 아침은 어떤 것을 얻게 될까?
피곤한 아침일까?
조금 더 나은 아침일까?
예전에는 저녁으로 미뤄두던 일들을 아침으로 미뤄두면 시간이 주는 힘으로 반드시 해내게 된다. 매일 오는 아침과 잘 지내며 '아침의 그 사람'이 아닌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