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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쌤 류민정 Oct 12. 2024

불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주소인가 보다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불안의 섬에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해


시간이 입을 모아 걱정하지

나무에 걸어둔 뇌를 말리는 중이니까 그만 하라고


패러글라이딩하는 내 정신머리 좀 봐

딱히 떠날 곳도 없으면서 저렇게 정신없이 떠다닌다


생각하지 말라고 하니까

싱싱한 불안이 마구 자라나는 느낌

삶이 빈둥거리는 느낌


시간은 입을 모아 떠들지

아무리 생각해도 쉬어야 한다고


문득 돌아갈 데 없는 느낌


불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주소인가 보다



내가 직장인이었다면 프리랜서로 살아온 지금과 가장 다른 게 뭘까 생각해 본 적 있다. 그것은 바로 연차니 월차니 하는 휴가다. 내가 갖고 있는 직업들은 학원 선생님, 취재 작가, 자유기고가… 모두 4대 보험 받는 근로자가 아니다. 특히 학원은 한 달 4주 기준으로 수업 주 수를 맞춰야 해서 공휴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출근할 때도 있다. 취재나 원고 작업도 학원에 가지 않는 휴일에 해야 하니 딱히 휴가를 가질 수 없는 구조다. 


처음에 프리랜서를 선택했을 땐 정신없이 한 달 한 달을 보내느라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아, 난 딱히 휴가가 없구나? 쉬는 날이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프리랜서의 삶이다 보니 정해진 날짜에 나를 쉬게 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어색해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은 “잘 쉬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번아웃이나 건강이 염려되어서다. 10년 가까이 이렇게 살다 보니 하루를 통으로 쉰다기보다는 반나절 혹은 1~2시간씩 멍때리는 것만으로도 쉬는 느낌을 받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끔은 휴가가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지치고 머리가 안 돌아가는 날이 있다. 그때 한 3학년 친구가 쓴 시를 떠올린다. 제목이 '생각 섬'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난다, 생각이 섬으로 휴가 갔나 보다"라고 쓴 구절이 있다. 


뇌로 만들어진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뇌 나무와 뇌 물고기가 있는 생각 섬. 


가끔 그 친구의 시와 그림 속으로 휴가를 떠나 생각들이 늘어지게 누워 빈둥거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 대신 휴가를 떠난 생각들, 비록 나는 휴가가 없어도 생각이 잘 쉬도록 기다려줘야지. 

푹 쉬고 돌아오기를. 돌아와 다시 싱싱한 아이디어들을 생산해 주기를. 


그런데 휴가 떠난 그 친구의 생각들은 돌아왔으려나?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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