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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쌤 Oct 26. 2024

내 안에는 취향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내 안에는 취향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좋고 싫음 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한 나


취향에도 배려의 자격을 매기며

나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동네마다 심어 놓은 

사랑스러운 취향들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완전히 나만의


배려로 돌려 받은 취향을 

다시 헤아려보며

나는 역시나

취향을 사랑하는 수밖에



초중고를 같은 동네에서 나온 K와 J는 나와 10대부터 30대를 함께 해오고 있다. 소꿉친구다 보니 동네에서 만든 추억들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그중에서 먹었던 기억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네 역 앞에 줄지어 선 포장마차에서 익숙한 안주를 시켜 술을 마시고 2차는 이자카야나 호프집, 3차는 투다리나 보드람 치킨 같은 프랜차이즈 술집, 4차는 노래방, 5차는 멸치국숫집. 웬 아저씨들이 다니는 코스를 약속이나 한 듯이 옮겨 다니며 취해 다녔다. 


그렇게 만나면 취하는 일상이 계속되던 중 친구들과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우리는 거의 취향이 잘 맞아서 이렇게 잘 다니잖아" 라고 말했다. 그 순간 K와 J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뭐 실수했나? 


알고 보니 그들은 만두를 너무나 사랑하고 떡볶이를 안주로 먹는, 나와는 완전히 별개인 취향을 가졌다. 나는 만두나 떡볶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편이라 술에 취해서도 떡볶이 포장마차는 절대 가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친구들이 배려해 주는 것을 모른 채 다 나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럼 말을 하지! 당황해서 소리쳤더니 돌아오는 말이 가관이었다. "우린 네가 좋다고 하는 것도 다 좋아해", "네가 싫어하는 게 확실해서 더 좋은데?" ...이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던 나,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에게 모든 선택을 맡기는 친구들. 


한때는 왜 나한테만 어디 갈지를 묻는지 부담스럽고 싫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들의 사랑스러운 배려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저 좋고 싫음을 표현했을 뿐인데 당연한 듯이 나에게 맞춰준 K와 J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나에게 배려 라는 삶의 방식을 알려주고 있다.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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