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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쌤 Oct 20. 2024

고마워, 비난 고마워, 실망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변화는 실망으로 만들어진다


당신이 기대하는 내 이름은

지나간 일기장에 적혀있다


쉽사리 누르는 좋아요는

때로는 싫어요의 다른 말일지도


고마워, 비난

고마워, 실망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

계속해서 자라나는 변화다



내 친구 중에는 유독 변화에 관해 민감한 애가 있다. 그 애는 ‘사람은 절대 변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다. 변하는 게 일상인 나와는 정말 극단에 서 있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일기 나라’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이름 그대로 일기를 올리면 친구 맺은 사람들끼리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 같은 걸 눌러줄 수 있는 사이트였다. 


워낙 글 쓰는 데에 관심이 많았던 나를 중심으로 몇몇 친구들이 가입하여 서로 일기를 쓰고 댓글을 달아주며 놀았다. 중3이라는 나이답게 나는 내 인생에 가장 진지하던 시절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좀 진지한 글을 적었나 보다. 일상에서 겉으로는 해맑고 웃긴 내가 지나치게 우울하고 제법 인생에 대해 성찰을 한 글을 썼던 것 같다. 


변화를 싫어한다는 그 친구의 댓글이 아직도 기억난다. [변했군, 실망이네] 단 일곱 글자의 댓글이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줬다. 변화는 둘째치고 내가 실망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처음 알았다. 변화는 좋은 거 아닌가? 왜 실망까지 하지? 나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 걸까? 실망하고 나면 끝나는 건가? 등등…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는 실망했다는 말에 실망해 버린 채 커버렸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인간상과 관계 맺음이 명확하게 있다는 것을. 자신이 그려놓은 관계망 안에서 누군가가 변화하는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느껴 쉽사리 실망이라는 말을 내뱉는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도 그 친구는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쉽게 변한다며 농담하듯 비난 아닌 비난을 자주 한다. ‘나한테 뭘 기대하는데?’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상황도 없는 건 아니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도 말했겠지. 하지만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도, 실망을 준다는 것도 모두 애정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린다. 그의 실망이 나를 향한 기대치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일기 나라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답글을 달아주기로 했다. 실망해 줘서 고마워.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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