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먹고 사는 문제는
언제나 빳빳하기만 하지
삶은 말꼬투리를 잡듯 내내 정색 중
한 번씩 성큼성큼 걸어와
나를 툭 치고 지나가는 너의 말들
너무 진지해서 너무 가벼워서
투덜대면서 삶의 감각을 배웠던 거지
사유하고 몰두하고 물들어가는
절대 공허할 리 없는
영향이라는 감각을 익혔던 거지
우리의 기분은
풍경이 되어 남아있지
빳빳하기만 한 삶에
유행 지난 관광지처럼 말이지
Y는 참 진지하다. 진지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친구를 만나면 응당 가벼운 농담과 맛있는 음식으로 시간 보내는 것이라고 여겨왔던 나는 Y가 말꼬투리를 잡고 깊은 이야기로 이끌 때 가끔은 불편할 때가 있었다. 솔직히 ‘굳이 저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Y가 진지해질 때 나의 감각은 빳빳하게 서는 기분이 들곤 했다. 항상 자기 자신과 상황에 새롭게 몰두하고 있는 그녀의 시선은 나를 사유하게 했으니까. Y는 간혹 돈과 성과를 쫓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속물로 여기는 듯했다. 이렇게 극단에 서 있는 우리는 언제나 유흥에서 만났다. 동네 친구였기에 퇴근길, 쉬는 날, 공허한 날, 비 오는 날… 온갖 핑계로 술을 마시고 흐트러지기를 즐겼다. 그러다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가 다시 유흥으로 만나 진지해지거나 속물처럼 굴면서 서로를 바라봤다.
2년 전 나는 Y가 있는 동네를 떠났다. 이사 한 뒤로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둘 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투덜대곤 했다. 어느 날 Y와 1시간 넘게 통화를 하면서 모처럼 다음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내가 홍대에 있는 편집숍에서 열리는 팝업 스토어와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들도 둘러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네가 약속 잡을 때 맛집부터 말하지 않은 건 처음이야!” 나는 그야말로 박장대소했다. 어머, 정말이네! 그러면서 이어 하는 말. “네가 이사한 것이 신의 한 수였어. 나는 요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신경 쓰고 있거든.”
놀랍게도 우리는 그동안 각자 바라봐왔던 방행대로, 그러니까 서로가 바라보고 있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몰입해 있던 Y와 돈만 좇던 나, 그 간극의 중심을 향해 걷고 있는 지금의 Y와 나. 헐거운 자석처럼 맞닿아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 되게 서로를 향해 걸어오고 있구나. 영향력이라는 건 일부러 끼치려고 하거나 억지로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삶일지도 모른다.
문장 사이에 피어난 시; 에세이 속 단어 조각을 모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