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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Apr 04. 2022

눈·코·입이 즐거운, 서울 수유동 전통시장여행

서울시 강북구 수유전통시장 우이시장 장미원골목시장 

강북구 최대 장터 수유전통시장 / ⓒ김종성

북한산둘레길(1·2·3코스)이 시작하는 동네 서울 강북구는 뒤로 북한산이 든든하게 서있고 아래로는 우이천이 졸졸졸 흘러내리는 자연과 도심이 잘 어우러진 동네다. 풍수지리에서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갖춘 살기 좋은 곳이다. 강북구를 풍요롭게 해주는 다른 하나는 여러 시장이다. 전통시장 테마여행을 해도 될 만한 개성 있고 정감이 느껴지는 이름의 시장이 많다. 


수유전통시장 수유중앙시장 우이시장 솔샘시장 장미원골목시장 어진이마을골목시장 삼양시장 강북북부시장 등 한 동네에 이렇게 많은 시장이 있는 곳은 보기 드물지 싶다. 자전거타기 좋은 화창한 봄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북구 수유동에 숨겨진 보석 같은 시장여행을 떠나 보았다. 시장이 가까운 지하철 4호선 수유역과 우이신설선 가오리역 앞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어 편리하다. 

수유시장 푸드코트
수유상가시장

수유전통시장은 강북구 제일의 장터다. 여러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지며 수백 개의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동생뻘인 수유상가시장까지 곁에 이어져 있어 강북구 최대의 시장으로 손꼽힐만하다. 재밌게 디자인한 시장 BI(Brand Identity)는 강북구의 풍성한 산과 숲을 연상시킨다. 시장통 골목에 조성된 전(부침개) 거리, 반찬 거리, 순댓국밥 거리, 김치 거리, 간식 거리, 선술 거리 등에서 다종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수유전통시장은 1966년 생겨난 반세기 역사의 시장으로 25년 넘은 업력의 가게들이 흔하다. 엄마가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말 '수유'가 떠올라선지 몸과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해지는 시장이다. 참고로 수유동(水踰洞)은 ‘물이 넘치는 동네’라는 뜻이다. 이 시장은 카페와 이채로운 제주도 음식점이 들어선 푸드코트(Food Court)까지 갖추고 있다. 구경하는 재미, 고르는 재미, 먹는 재미를 선사해 어느 시장보다 오래 머물게 된다. 


수유전통시장 옆에는 1976년에 지은 2층짜리 상가도 있다. '수유마을시장에서는 사지 못할 것이 없다'는 모토는 수유상가시장에서도 통한다. 각종 생활용품에서 수입상품 판매점, 옛 가구나 나전칠기제품도 볼 수 있다. 애완견이나 애묘를 위한 펫샵과 약국, 삼성전자제품을 파는 대리점도 들어서있다. 지금은 사라진 전파사는 전기제품가게로 변신해 제품판매와 수리를 겸하고 있다. 상가 내부에는 백반, 보리밥, 각종 찌개를 먹을 수 있는 식당가가 따로 모여 있다. 찌개류가 6천원이라 부담이 없어 좋다. 싱싱한 활어가 있는 수족관을 갖춰놓고 영업하는 횟집도 있다. 

동네골목시장 수유중앙시장
49년 업력의 맛집 '시장 떡볶이'


수유전통시장이 규모가 큰 형님이라면 수유중앙시장(강북구 노해로17길 21)은 동생 격으로 동네골목시장이다. 동네 시장이라는 말은 부를수록 발음할수록 정겨운 기분이 드는 단어다. '사람들이 장을 보는 여러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어도 우리 동네시장라고 하면 다정한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작고 아담한 시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에겐 없어선 안 될 공간이다. 퇴근하는 사람들과 주부들로 오후·저녁시간에도 활기를 띈다. 맛깔난 반찬가게들이 많은데다 바로 만든 음식을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코로나19로 집밥을 직접 해서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찬과 포장음식을 파는 점포들이 많아졌다. 


작은 골목시장이어도 있을 건 다 있다. 순대국집에선 순대가 모락모락 김을 내고 족발집과 전집에서는 식욕을 자극하는 기름지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시장을 대표하며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오는 스타 맛집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니와 며느리가 운영하는 분식집 ‘시장 떡볶이’ 가게다. 어머니가 40년 며느리가 이어받은 9년이 합쳐져 무려 49년이 넘은 업력을 자랑한다. 메뉴 가격이 모두 3000원대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적어도 이 가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시장 상인들의 인정과 보증을 받아 오래 버틴 맛집이다.

옛 장터의 정취가 남아있는 우이시장
바삭하고 촉촉한 시장표 전 음식

1962년에 생겨난 우이시장(강북구 노해로23길 68)은 강북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시장이자 가장 작은 규모의 시장이기도 하다. 낡고 화려한 색깔의 천막들이 하늘을 가리고 이어진 옛 장터의 정겨운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모든 거리는 재개발이 된 것 같은데 우이시장 골목을 거닐면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느낌이 든다. 재밌는 상호의 곰보냉면 식당은 우이시장의 대표 맛집이다. 


시장통 골목길이 좁은 덕택에 자작한 기름에 전이 익어가는 소리가 입맛을 돋우고 귀를 간질인다. 부침개 산적 빈대떡 등이 들어간 1인용 모듬전을 살 수 있어 부담 없이 여러 전을 맛볼 수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내공이 느껴진다. 비 오는 날에 문득 생각남 직하다. 집에서 전을 만들 때 힘든 점 가운데 하나가 뒤집기라 상인 분에게 물어보았다. 뒤집개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뒤집으면 잘 된단다. 

장미 그림이 안내하는 장미원 골목시장
맛과 양, 가격 모두 만족한 6천원 백반

장미원 골목시장(강북구 삼양로 464)에 '장미원'이라는 로맨틱한 이름이 붙은 것은 1980년대 이 근방이 큰 장미 농원이었단다. 시장의 상징 역시 화려하게 피어난 붉은 장미꽃이다. 바닥에 그려진 큰 장미가 이정표처럼 시장길을 안내한다. 봄에 찾아오니 꽃가게에서는 봄꽃의 향기가 가득하다. 어쩐지 장미원골목시장은 유독 꽃가게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집안 텃밭에서 재배하기 쉬운 다양한 종류의 상추와 갓, 향기가 좋은 당귀 같은 다양한 모종을 구입할 수 있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철물점 의상실 머리방 등의 가게를 지날 때는 정겨운 느낌이 절로 든다. 머리방 앞 쉼터에 앉아 재밌게 얘기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에게 다가가 맛집을 물어보았다. 허기진 내 표정을 힐끔 쳐다보던 한 분이 싸고 양도 많은 식당이라며 알려준 곳은 행복한 밥상이라는 백반집이었다. 셀프 서비스 방식의 가게로 6천원이면 푸짐하고 배부르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어머니에게 식당일을 배우고 있다며 가게의 리모델링 계획을 알려주는 30대 청년의 일하는 모습에서 희망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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