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

삽질의 미학 10화

by 스윗드림

나는 집을 나설 때면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항상 챙긴다. 비가 안 온다고 해도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얇은 초경량 우산이 나와서 아주 요긴하게 잘 가지고 다니고 있다. 이렇게 우산은 내 소지품의 일부가 되었다.


해가 쨍쨍한 날에도 우산이 가방에 있으니깐 친구들이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산이 필요 없는 것만은 아니다. 햇볕이 쨍쨍한 날엔 양산으로 쓸 수도 있고 또 보호막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산책하러 나갔을 때 비를 만난다면 산책을 포기하고 뛰어 들어와야 할지도 모르지만, 우산이 있다면 얕은 비와 함께 걷는 길은 운치 있기 마련이다.


또 우산을 펼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우산 속에서 보는 세상은 이전 세상과 다르다. 우선 우산 높이로 시야가 낮춰진다. 시야가 좁아지면서 눈앞에 살짝 가려진 장면만 보게 되며, 작은 세상에 집중하게 된다. 우산 속 세상은 작기만 하지만 온전히 나만의 세상이다.


낮은 시야로 보면 아무리 작은 행복이라도 그 행복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직 내 시야 속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작은 우산 속의 세상이 주는 아늑한 감성을 잘 알기에 오늘도 나는 우산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 비가 오지도 않는 날에 우산을 가져 다니면서 삽질하냐 물으면 나는 한 방울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믿는다고 말할 것이다. 언젠가 비가 오리라는 믿음,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 지금 하는 삽질이 미래의 나와 이어져 더 성숙하고 성장하기를. 이러한 믿음이 지금의 나에게 삽질할 힘을 가져다준다.


20221030094016.png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