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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 016.— 019. 들어라 제발 좀

A라고 말했는데, B라고 답해요.

by B패션가 Jan 27. 2025

016.

각성의 시간


누구에게나 ‘초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가 있다.

나는 그 시간대가 되면 어지럽고 산만하게 흩어졌던 조각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합집산을 반복하여 정렬을 완성하곤 한다.


이른 아침.

출근을 준비하고, 이른 출근 시간 덕분에(?) 다소 한가로운 지하철 안에서 이것저것을 뒤져보고 긁적이기를 반복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내 책상과 자리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깨끗이 닦는다.

그리고 따뜻하게 준비한 텀블러의 차를 마시며, 이 생각 저 생각을 멍하니 정리한다.


노트와 펜으로 긁적이기도 하고,

아이패드에 긁적이기도 하고,

키보드 위에 연신 타이핑을 치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각성’ 한다.



017.

커피는 생존 차는 안정

나는 커피를 마시면, 이내 배가 몹시 고파진다.

특히 오전 커피가 그렇다.

몽롱한 잠을 쫓아내려다가 격한 공복을 만난다.


오전에는 차를 마신다.

지난여름부터?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매번 차가운 목 넘김을 하다가 뜨끈하고 구수한 향의 한 모금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스티븐 스미스티 STEVEN SMITH

로즈 시티 겐마이차 ROSE CITY GENMAICHA

내가 늘 마시는 차다.

설명은 이렇다.

일본 겐마이차를 포틀랜드 식으로 재해석한 차.

튀긴 쌀의 고소함과 경쾌함, 녹차의 풋풋함에 로즈페탈을 더했다. 마누카 꿀의 부드러움으로 마무리했다.


녹차와 뒤엉킨 맛과 향이 일품이다.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맛과 향이다.

녹차 특유의 거한 쌉싸름을 누르고 알 수 없는 보드라운 기운이 나를 차분하게 하고 따뜻하게 만든다.


몸은 바뀐다.

나의 대사상태뿐만 아니라 현재 머무르고 있는 상황과 조건, 둘러싼 관계 등 ‘때’에 따라 몸이 바뀌고 마음이 흐르고 약간의 나의 모습도 바뀐다.



018.

A라고 말했는데, B라고 답해요.


신규 입사자가 있다.

동료, 후배, 선임자들이 답답해하고 다소 힘들어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공통된 답이, A라고 말했는데, B라고 답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곱씹었다.

그 아이는 왜 그러는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듣기’라는 근원적인 답을 찾았다.

그 친구는 미흡한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안 듣는 것이었다.

‘잘 듣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잘 들어야 말의 문법이 생긴다.

잘 듣고 문법이 생기면, 그다음부터 대화라는 걸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오해로 이어지고, 감정이 싹트고, 주객이 전도되는 몰상식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모든 시작이 잘 듣지 않는 것에서 기인된다.


어쩌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오래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다.

우쭐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설 때가 있다.

정작 갖춰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을 잊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예의 그리고 사회적 매너 등의 본질을 잊고 저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묻는다.



019.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많은 시간을 교감신경의 자극을 통해 ‘이성’의 시간을 채운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나를 풀어주고,

이완시킨다.

감정을 알아간다.


위안 • 두려움 • 침묵 • 환희 • 친밀감 • 신비감 • 쾌락 • 고통 …


나 혹은 타인을 향한 감정의 교차 폭이 클 때 진동 또한 크게 다가온다.

세게 맞으면 아프다.

아픈 만큼 나중에 또 맞으면 덜 아프다.

그리고 언젠가 무뎌진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나에게 감정은 ‘정보’로 입력되고 출력되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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