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관련 책을 준비하면서 네이버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뉴스 라이브러리를 간혹 찾는다. 몇몇 메이저 신문사의 기사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약점이지만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신문사의 기사인지라 자료의 신빙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자주 찾는다. 돼지 관련해서는 삼겹살을 과연 언제부터 왜 먹기 시작했을까?를 찾다가 우연히 든 생각이
당면순대는?
돼지국밥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가 궁금해졌다. 1960년 돼지 관련 기사를 찾다 보니 국밥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 돼지 사육은 1960년대를 지나면서다. 이전에는? 그냥 집에서 몇 마리 키우는 정도였다.
1927년 3월 19일 동아일보에는 전국적으로 키우는 돼지 숫자가 실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전국에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대략 737,000호이고 돼지는 암수 합쳐서 1,500,000두가 넘는다는 기사다. 즉, 집마다 키우는 돼지가 평균으로 따지면 2마리 정도라는 이야기다. 1920년대와 1960년대 사이에는 40년의 시간이 있다. 그사이에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1950년대에는 6.25 전쟁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피폐해진 농촌에서 사람처럼 잡식성인 돼지를 키우기 힘든 구조였다. 게다가 1970년대까지 돼지고기는 꺼리는 식재료였다. 두 가지 사안이 돼지의 소비를 막았다. 하나는 한방과 한약, 한약이 일상이었던 시절 돼지고기는 풍을 부르고 약발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금기시했다. 이런 내용의 기사는 1980년대까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냉장고, '여름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속담이 돌 정도 지방이 많아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멀리했다. 1980년대 기사에는 냉장고가 보급되었으니 돼지고기를 멀리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있을 정도다. 이렇듯 1970년대까지는 돼지고기를 서민이 좋아한다는 기사 찾기가 어려웠다. 좋아하지 않은 식재료, 게다가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식재료로 피난 온 실향민이 시장에서 팔았다? 믿기 어려운 스토리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연유로 인해 돼지국밥이 등장했을까?
축산을 위한 사료를 수입하고 돼지고기 수출이 60년대를 지나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머리, 내장 등의 부산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고 돼지국밥은 이때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1968년 신문기사에 돼지국밥집이 등장한다. 지금처럼 맛집이나 지역 명물이 아닌 사건의 현장으로 말이다. 1960년대 전주 가면 꼭 먹여야 할 음식으로 비빔밥이 자주 등장한다. 지금처럼 지역 명물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다른 음식은 있어도 돼지국밥은 찾을 수가 없었다. 대일 수출로 인해 돼지 도축량이 늘기 시작하면서 동네 도축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가지고 국밥의 민족답게 돼지국밥을 만들어 낸 것이지 싶다. 돼지국밥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피난민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이들이 돼지국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런 기사 내용은 밀면의 탄생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밀면을 만든 이들은 피난민 1세대다. 이들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스토리를 돼지국밥에 MSG로 친 것이 '피난민=돼지국밥'이지 싶다. 국밥은 서민의 음식,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전쟁 통에 고향에서 먹던 맛이 그리워 밀면을 만들어 낸 스토리에 국밥을 슬쩍 얹으면 꽤 그럴싸해 보인다. 부산 돼지국밥이 황해도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뭐가 되었든 황해도나 중심지였던 개성 음식 중에서 꼭 집어 돼지국밥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음식이 있어야 한다. 과연 있을까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황해도 해주 출신이신데 평생 돼지 국밥 찾으신 적이 없다. 17살에 홀로 피난 나오셨으니 알 건 알던 나이였다. 밀면의 피난민 스토리, 부산과 부산에 살고 있는 실향민은 글을 쓰거나 방송의 도입부로 쓰기 딱 좋다. 이런 이유로 돼지국밥과 피난민이 연결된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돼지를 키울만한 환경이 1960년대 중반까지는 형성이 되지 않았다. 돼지는 소를 키우듯 한두 마리 키우는 수준으로 동네잔치 때 잡는 게 전부였다. 돼지고기를 매일 잡고 소비해야 국밥의 재료가 되는 머릿고기, 내장이 나온다. 전쟁 통에 공급은 불가능에 가깝다. 내 결론은 이렇다. 돼지국밥은 1960년대 후반에 탄생에서 1970년대 대일 수출을 발판 삼아 퍼져 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 본격적인 돼지 축산이 그때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 생각한다. 1940년대 밀양의 어느 시장에서 시작했다는, 또는 부산의 어느 시장에서 시작했다는 돼지국밥 원조 논쟁이 있다. 그 식당들이 식당을 열었을 때 메뉴에 진짜로 돼지국밥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소고기로 만든 장국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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