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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레인 Jul 01. 2023

긍정에 아파본 적 있나요?

긍정의 배신 by. 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에 배신당해본 적 있나요?

나도 한 때는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던 적이 있다. 뒤돌아보면 그 땐 어리고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왠만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자기 절제도 엄청났다. 항상 ‘괜찮아, 괜찮아’ 라고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고 혼자 살게 된 어느 날 저녁, 불 꺼진 집에서 이렇게 외쳤다 “XX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 하나 지니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거지 같은 단칸방에서 매일 격무에 시달리며 회사에서는 어리다고 무시당하기 일쑤인 나날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착하게 살아왔는데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대리로 진급하고 나서는 종양 수술까지 받았다. 그 시점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모든 사람에게 의무로 부과된 긍정적 사고

어른이 되고 속한 사회에는 (회사에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 무한 긍정을 바탕으로 한 무한 도전! 그 누구도 불평을 제시하거나 상황을 전복시키려 들어선 안 된다. 그러면 사회 부적응자나 빨갱이 소리를 듣게 된다. 매일이 위기이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만 한다. 누구도 그 배에서 내릴 수 없다. 오로지 잘 될 거라는 긍정의 믿음 하나로 버텨야 한다. 마치 절벽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레밍 무리 처럼.


긍정주의 끝판 왕, 미국인

약 13년간의 회사 생활 동안 다양한 긍정병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 끝판왕은 미국인이었다. 그의 앞에선 그 어떠한 부정적인 말도 눈 녹듯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특유의 긍정성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어떻게 던 끝까지 끌고가는 대단함을 보여주었는데 별다른 퇴고 없이 탄생한 프로젝트의 결과물 대부분은 내 맘에는 들지 않았고 결국 퇴사로 이어졌다.

멀리서 봤을 땐 한없이 따스해보였던 미국인 특유의 끝없는 긍정성이 무섭게까지 느껴졌는데 ‘긍정의 배신’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 특유의 팩트에 기반한 필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인데, 칼뱅주의부터 19세기 신사상, 대기업과 기업화 된 의료시스템,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까지 긍정이 어떻게 위기를 먹으며 자라왔는지 역사적으로 설명해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긍정적 상황

누구든 들 뜰 수 있다. 그렇게 오래도록 자기 절제를 통해 이룬 성취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흥을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파티를 적절할 때 끝내고 집에 가서 쉴 줄 알아야 어른이다. 국내 제일의 대기업에서 만난 한 동료는 매일 입가에 웃음을 지니고 다녔다. 부정적 상황을 콕 집는 내게 ‘00님은 왜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죠?’ 라는 질문도 했다.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진지하게 말이다. 하지만 매사에 긍정으로 일갈하는 그의 태도가 무섭게 느껴질 때쯤 그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나에게 고백했다. 그 즈음 나는 회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어 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때 마음속 깊이 깨달은 게 있다. 진정한 긍정은 긍정적 상황을 만들어 내는 힘에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탓해 봤자 남는건 자책과 마음의 병 뿐이다.(사실 사회는 그 것을 노리고 있다. 책임을 개개인의 정신상태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후로 나는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 생각을 넘어 긍정적 사고가 어떻게 사회 전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역시 바버라 에런라이크 다운 책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책인 ‘건강의 배신’을 꺼내 들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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