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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Sep 24. 2023

공주와 거지

마음이 아무는 이야기 - 상담기

발걸음: 제가 지킬 앤 하이드 얘기했잖아요. 기분이 계속 분 단위로 급변하고.. 이 급변하는 모든 게 다 나라고 생각하니깐 혼란스럽다.. 잘 모르겠다..  

    

상담자: 근데 그게 다 발걸음 맞잖아요.    

  

발걸음: 근데 너무 다양해요. 너무 스펙트럼이 넓어요.      


상담자: 그니깐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만, 방금 얘기들은.. 아마.. 사춘기 지나서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사실 너무나 비슷한 한 명이었어요. 오늘까지도 너무나 똑같은 발걸음이었고. 그니깐 기분은 오늘은 이랬다 저랬다지만은, 그 기분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발걸음은 그대로인거잖아요.      


발걸음: 그렇긴 하죠.      


상담자: 지킬앤하이드도, 살다보니 두 개로 갈라져서 지킬앤하이드지. 태어닐때부터 그랬다면 사실 이게 정상인거잖아요. 걸음씨가 지금 성격에서 문제는, 안좋을때가 문제인거에요. 좋을때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발걸음: 근데 좋을때도 가끔 너무 자아도취에 빠져요.     

 

상담자: 음.. 괜찮아요..      


발걸음: 괜찮은거에요 이게? 제가 최근에는 약간 자기애성 성격장애도 있나? 라는 생각도 했어요.      


상담자: 근데 그건 아닌거 같긴 해요. 자기애성이 어떻게 오늘은 그지같고 오늘은 공주고 오늘은 그지같고 오늘은 공주고.. 이래요? 이건 자기애성이 아니잖아요.  

    

발걸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상담자: 이거를 보통 양극성장애라고 하는거지.  

    

발걸음: 아 그렇구나...  

    

상담자: 그리고 나 너무 잘하는거같은데? 가 자기애성인거고. 항상. 난 공주님이야 가 자기애성이에요.   

   

발걸음: 아~ 그게 항상 그런거에요?


상담자: 그럼요~ 공주가 항상 공주지 오늘만 그런게 어딨어요. 오늘만 공주면 공주가 아니지. 오늘만 공주인건 조증이죠.      


발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상담자: 그니깐 난 존중받아야돼. 난 공주님이야. 이게 자기애성이고. 그냥 에너지가 넘쳐나서 내가 망나니처럼 다니는게 조증이고. 그치. 공주라서 달리는게 아니라, 나는 에너지가 많으니깐. 나는 신이야!! 이게 이제 조증인거죠. 나는 공주님이야! 이건 자기애성이고.    

  

발걸음: 아....      


상담자: 그래서 그 자기애성과 그런 경계선이랄까? 자존감의 문제는 같이 있기가 어렵죠. 같이 있을 수가 없어요. 모순이죠. 난 공주님인데 내가 뭘- 내가 왜 부족해?   

   

발걸음: 아... 자기애성 성격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완벽하고 잘났고 그렇다고 생각해요?      


상담자: 그게 자기애성인거에요.    

  

발걸음: ㅋㅋㅋㅋㅋㅋ 되게 신기하다 ㅋㅋㅋㅋ      


상담자: 의심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친구가 없는건 얘네가 다 무지해서 그런거고. 너네가 나랑 급이 안맞으니깐 그런거지. 난 공주님인데. 그래서 달라요. 걸음씨는 자아도취하는 시기가 있다는건데... 뭐.. 그게 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우선순위에서는 지금 밀린다는거고. 그게 괜찮다는 거는 아니지만. 결국에 우선순위에서 제일 높은 거는 힘들거나 괴로울 때 내가 선택하는 것들. 그것도 옛날에 비하면 나아졌는데? 팀장님 맘에 안든다고 오늘 사표냅니다. 꺼져요- 꺼져! 하지 않잖아요.  

    

발걸음: 옛날같으면 그랬을수도 있겠네요.      


상담자: 그치.. 고등학교때처럼 그랬으면 직장 못다녔겠지. 지금은 꿋꿋하게 3개월 4개월 다니는걸 보면, 괜찮아졌어. 사회적으로 이제는 충분히 기능 가능.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고. 음.. 지킬앤하이드라기 보다는 걸음씨는 결국 감정에 충실한건데. 그걸 이제 행위로 하는 데에 있어서는 조절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감정까지는 컨트롤이 어려워도. 행동으로 옮길지 말지는 뭐 지금 하듯이 이렇게 꾹꾹 눌러서 큰일 안 생기게. 내가 뭘 지르지도 않고. 도망도 안가게끔 조금 억눌러 놓는게 좋겠고. 자아가 두 개인 건 아니에요. 누가봐도 발걸음인데. 양쪽 다. 그 생각하는 구조 그대로 지금 움직였을 뿐인건데. 나 저거 원해. 얻었어. 너무 기뻐. 나 저거 너무 원해. 못 얻었어. 너무 슬퍼. 너무 괴로워. 똑같잖아요. 근데 감정이 들쑥날쑥하고 그것에 충실하다 보니깐. 오늘은 이런 모습이네, 내일은 이런 모습이네 가 되는거지. 다 똑같다니깐요. 그냥 지문처럼 발걸음이에요.      


발걸음: 지문? ㅎㅎㅎ


상담자: 지문이에요 이건 ㅎㅎ   

  

발걸음: 지문인가요? ㅋㅋㅋ 너무 웃기다.      


상담자: 너무 똑같잖아요! 삐약쌤*한테 하는거, 저한테 하는거, E한테 했던거.      


발걸음: 근데 예전에 선생님이 저랑 1년 정도 상담 했을 때, 선생님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되게 억울해하시면서.. 왜 저한테만 (화나면 함부로)그러세요!!! 라고 그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왜 의사선생님들한테는 안그러고..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라고ㅋㅋㅋㅋ      


상담자: 억울했죠. 근데 지금은 걸음씨가 삐약쌤*한테두 똑같이 (화나면 함부로)하고 있기 때매 억울하지 않아요 ㅎㅎ      


발걸음: 진짜 웃겨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게 삐약쌤*한테두 첨부터 그랬던건 아니거든요.      


상담자: 저한테두 첨부터 그러진 않았겠죠.

     

발걸음: 이게 관계가 더 쌓이고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이렇게 하는거죠?      


상담자: 걸음씨는 이 부분에 있어서 전혀.. 충동적이라고 생각을.... 안해도 될 거 같은게.... 분명히 절제를 해요. 직장에서 안튀어나오게 할려그러고. 그니깐, 작년까지는 더 절제를 할려고 했던거같은데.. 요즘은 좀.. 나사를 살짝 푼 거 같기는 해요. 어쨌든 기본적으로 걸음씨는 직장에서 전혀 티 안내잖아요. 근데 치료 세팅에서는 티를 내요. 그럼 조절이 되는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조절이 매우 매우 잘되는 사람이죠. 누구 앞에서는 안 하잖아요. 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은 여기서도 하고 저기서도 하는데. 걸음씨는 극도로 조절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삐약샘한테 저한테 하는 거는 해도 되는 거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하는 거에요. 안 되면 안 하지. 밖에서 해도 되는 사람한테는 하는 거고. 하면 안되는 사람한테는 안하는걸 보면 조절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절을 한 거에요. 아주 철두철미하게. 그래서 삐약쌤의 경우도 어쨌든 의사고 환자다 보니까는.. 거리가 있으니까 걸음씨가 거기서 멈춰있던거같구. 이렇게 저렇게 삐약쌤이 마음을 열어주다보니, 즉각적으로 최대치로 하잖아요. 그니깐 조절을 매우 잘하는 사람인거에요. 그것이.... 남들은 열어줘도, 적당한 수준까지만 하는데..... 제 생각에는 걸음씨 욕구가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열렸어! 가아아아아-!!!!!!!!!! 하면서 끝까지 달려가잖아요. 안에 폭포수가 담겨 있나봐요... 물꼬를 틀어주면.. 끝까지 가서 할려 그러니깐.    

  

발걸음: 전에.. 삐약쌤 맨 처음 만났던 병원에서, 삐약쌤이 저한테 그랬어요. 제가 다른 센터에서.. 집단원들이나 상담자한테 지랄했다는 거 말하니깐, 쌤이 너무 놀라면서 전혀 상상이 안간다고.. 발걸음님이 그러셨다구요? 근데 저한테는 왜 안 그러세요? 라고 하는 거에요.  

    

상담자: 저랑 똑같네요.           


발걸음: 네 그때 제가 삐약쌤한테 뭐라 했냐면은.. 뭐.. 의사쌤한테 그렇게 해도 돼요? 라고 물었던 거 같아요. 저는 의사한테 그래도 되는지 몰랐으니깐..... 하면 안돼는 줄 알았고.    

  

발걸음: 이거 자체가 걸음씨 마음 속에.. 타인에게 어디까지 해야한다 라는 발걸음만의 룰이 있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 의해서 지금 계속.. 이 사람이 오케이 한데까지, 팀장은 여기까지. 이런 식으로 타인에 의해서 걸음씨의 기준선이 정해지는 게 좀 맘에 안 드는거 같긴 해요. 걸음씨가 자체적으로 틀을 넓히거나 해야할거 같은데. 본능은 넘쳐나고 있는데 행위는 수동적이란 말이에요. 열어줘! 열어주기만 하면 나는 다 뱉어낼 수 있는데. 이게 강했고. 아직까지도 그게 많이 억눌려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삐약쌤이 열어줬더니 저한테는 갑자기 안하기 시작했잖아요.      


발걸음: 네 맞아요.      


상담자: 그거만 봐도, 걸음씨는 저한테 얘기하고 싶었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일단 어딘가로 뱉어내고 싶어. 어딘가로 쏘고 싶어. 근데 삐약쌤? 무한대로 잘 받아주네~ 이야 신나 신나! 그럼 어느 정도 쏟아내고 나니깐, 어 여기도 막히면 어떡하지? 걱정하시잖아요. 그 수동적으로 열어줘야 간다는 게. 걸음씨가 쫌.. 그래서 더 걱정이 들고 불안정할 거 같기는 해요. 내가 정한 게 아니니깐. 내가 어디까지 뱉으면서 살건지를 걸음씨가 언젠가 먼저 선을 정했으면 좋겠어요.    



  


*삐약쌤: 개인병원 정신과 의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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