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작가 Sep 25. 2023

무관심해서 미안해

마음이 아무는 이야기 - 상담 후 단상

나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종종 지나가는 어르신들께 듣는 소리가 있다. 

“학생! 신발끈 풀렸어!” “저기요, 끈 풀렸어요!”


이 소리는 내가 칠칠치 못해서 듣는 것일까? 

아니, 사실은 그냥 귀찮은 것이다. 상관이 없는 것이고. 

신발끈에 관한, 신발에 관한, 발에 관한, 그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   

   

나는 때때로 내 발과 관련된 모든 부분들에 대해 귀찮고 외면하고 싶을 뿐인 마음이 든다. 신발끈은 어차피 묶어도 묶어도 계속 풀리니깐. 내가 잘 매는 법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내 발이 이상해서인지. 신발끈 매듭이 풀어진 적은 여러번이다.     

 

몇 번은, 나도 반복했다. 엄마가 알려준대로 꼼꼼하게 묶고 다시 묶고 반복. 하지만 이놈들은 늘 자리를 이탈해 스스로 해체되었다. 귀찮다. 정말 귀찮다. 어차피 신발끈 풀려도 걸어다니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길에서 마주친 어르신들은 신발끈을 처벅처벅 하고 걸어다니는 내 모습이 걱정스러웠는지, 한 마디씩 건네고 지나간다.      


그 때 마다 나는 네~ 하고 대답만 하고서 다시 처벅처벅 내 갈 길을 가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신발끈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나는 여름 장마철에도 내 발을 그대로 방치해 둔 적이 많다. 장화를 잘 신고 다니지는 않아서,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늘 빗물 웅덩이에 발이 빠져 양말과 신발이 모조리 젖는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또 물을 뚝뚝 흘리며 그대로 찰박찰박 걸어다닌다.     

 

얼마 전 일이었다. 회사 업무로 외근에 다녀오는 길,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왼쪽발이 빗물 웅덩이에 푹 하고 빠져버렸다. 순간 짜증이 확 올라오면서 아앗.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날은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사건 사고가 굉장이 많았던 날로, 젖은 발의 감각이 점점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대로 점심을 먹고,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저녁 밤 늦게까지 상담을 하고 귀가한 시각은 밤 10시.      

그 때까지도 내 둔감한 감각은 몰랐다. 지금 몇 시간째, 더러운 빗물에 빠진 발로 10시간 이상 젖은 신발 속에 갇혀있었던것인지. 샤워할 때, 발가락의 피부 감각이 약간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나는 이토록 내 발과 그의 건강에 무감각한 사람이다.     

 

그 후로 이틀이 더 지났을까? 내 발가락은 점점 더 색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살갗이 짓물러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심각성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아, 내가 몇일 전에 빗물에 젖은 채로 발을 10시간이나 방치했구나...!        

   

부모님은 내 발가락을 보더니 곧 썩을것만 같다고 했다. 그들의 의견에 나는 점점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정말? 발가락을 잘라야 한다던지 하게되면??      


다행히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고,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얼마나 나의 발에 무감각하고 무신경한 인간인지를 새삼스레 다시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내 못생기고 아픈 발을 미워하는걸까?

이 발로는 빨리 걸을 수도 뛸 수도 없다고?

예쁜 신이나 양말을 신을 수도 없다고?

그래서 이토록 내 발의 건강에 무신경한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조금 더 내 발을 예쁘게 쓰다듬어 주어야겠다.      

무관심해서, 미안해.

이전 12화 공주와 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