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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Sep 17. 2023

수호천사 B

마음이 부서진 이야기

나는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면서, 한 국어학원에 다녔다. 국어학원 원장님은 남자분이셨고, 첫인상은 여러모로 미스테리하면서 재미난 분이었다.  

    

수업을 듣는 첫날부터 원장님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자신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즐겁고 반가우니, 모두 네이트온에 가입하여 자기랑 시간 날 때 대화를 하자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원장님이 우리 친구도 아닌데 같이 무슨 대화를 한다는 말인가?      


일단은 나도 집에 가서 네이트온에 가입했다. 원장님의 아이디를 검색해 친구추가를 했다. 몇 분 뒤, 원장님으로부터 대화 신청이 날아왔다. 나는 호기심에 대화를 시작했다. 원장님은 초면부터 굉장히 사적인 것들을 물어보았다.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말이다.     

 

나는 사실 이때 우리 가족에 대해 숨기고 싶은 내용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르고, 나는 원장님과 조금씩 친해져서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리 가족에 대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원장님은 말했다.     

 

“너는 이제 수호천사야. 수호천사 B. 내가 너와 같은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어. 나중에 다른 수호천사들과도 대화할 시간을 마련해줄게”      


수호천사 B?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고, 나와 같은 친구들이라 함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시절 나에게는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수호천사 B가 되었다. 그 ‘수호천사’라는 호칭이 오직 그 원장님을 지켜준다는 의미의 수호천사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하루는 집에서 엄마와 대판 싸우고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서, 저녁에 버스를 타고 원장님이 계신 학원에 갔다. 원장님은 울상이 된 나를 반기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 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을 말하게 되었는데, 그 원장님은 옳다구나! 하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일명 ‘노출 치료’다. 성폭행 트라우마가 있는 나에게, 갑자기 노출 치료라는 것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원장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설명했다. “걸음아, 인간의 신체 부위는 따뜻한 것이란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성기는 정말 아름답고 따뜻한 것이야..” 원장님은 자신의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손을 좀 달라고 했다.      


나는 마지못해 손을 갖다 대었다. 뜨거웠다. 심장처럼 팔딱대는 것만 같았다. 원장님은 내가 그의 성기를 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이건..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돼. 지금 내가 우리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는데. 이것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일이야. 알아듣겠니?”    

  

나는 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얼어붙은 채 알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일을 비밀에 부쳤다. 정말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오랜 세월을 지냈다. 이것이 또다른 형태의 성적 폭행이라는 것을 모른 채로.      


나중에 원장님의 컴퓨터 화면을 몰래 훔쳐 보게 된 적이 있다. 그곳에는 수많은 폴더가 있었다. 수호천사 A, 수호천사 B, 수호천사 C ......... 수호천사 K. 순간 나는 충격에 휩쌓였다. 그의 학생들이.. 제자들이... 이런 폴더 속에 갇혀서 관리되어지고 있구나.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다만, 소설의 소재가 변변치 않아서 소재를 찾다 보니,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고. 학생들은 자신의 소설의 소재가 될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제자들과의 대화 목록을 한글 파일에 하나씩 저장하여, 폴더를 만들고 수호천사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을 위한 수호천사가 되게끔 하고 있었던 그. 그는 남의 인생을 팔아서 자신의 소설을 쓰고 있었다. 남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인 듯 거짓처럼 속여서.   

  

나는 그와 연을 끊던 날, 그에게 말했다.      

당신 삶은 거짓 투성이라고. 당신은 남의 인생을 훔쳐서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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