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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Sep 17. 2023

한 지붕 아래 오빠와 나

마음이 부서진 이야기

오빠와 나는 같은 가정환경에서 같은 것을 경험하며 함께 자라왔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오빠는 주변에 친구도 많았고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수려한 외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훤칠하게 쭉 뻗은 키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부터 나는 알게 모르게 오빠를 내심 질투하기도 했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났는데, 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고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겼는데, 오빠는 전혀 다른 유전자를 받고 태어난 듯 나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빠의 최대 단점은 공부에 소질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빠는 사춘기 무렵부터 점점 나를 창피해하기 시작했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우리 둘 다 초등학교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날 엄마가 볼일이 있어 외출하게 되어서 오빠에게 나를 부탁했다. 오빠는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된 날이었고, 엄마의 부탁으로 나를 데리고 친구네에 갔어야 했던 것이다.      


생일파티에서 오빠 친구들은 나를 외계인 보듯이 하며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에는 더 두드러지게 양쪽 귀가 접혀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오빠 친구 중 한 명이 나를 보며 외계인이네! 이상하네! 하면서 놀리기 시작하자, 점점 다른 친구들도 함께 놀려댔고 우리 오빠는 창피한 나머지 얼굴과 귀가 모두 새빨개졌다.      


그 때에도 나에게 가장 상처가 되었던 것은, 오빠 친구들의 놀림이 아니라 나 때문에 우리 오빠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오빠에게 너무 미안했고 내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싫어졌다.      


이날의 사건 이후, 우리 오빠는 점점 더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나를 기피하기까지 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오빠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떨어져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더 큰 문제는 오빠가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로 일탈을 일삼았던 때부터 시작됐다. 오빠는 점점 물욕과 과시욕 등이 심해지면서, 부모님께 반항을 하고, 동생인 나에게는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폭력의 이유는 단순했다. 오빠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가 주지 않아서.      


오빠는 종종 내 방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돈을 갈취하려고 했다. 내가 만약 돈이 없다고 하면, 오빠는 “너 내가 뒤져서 10원 한 장 이라도 나오면 죽어!!” 라고 말하면서 물품 검사를 시작했다. 아무리 뒤져도 돈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즉시 나는 맞아야 했다. 그렇게 나를 때리고도 오빠는 명령했다. “내일까지 엄마나 아빠 지갑에 있는 돈을 훔쳐서 나에게 가져와! 그렇지 않으면 넌 뒤져!”      


나는 공포심에 벌벌 떨었다. 부모님 돈을 훔치라니.. 나는 차마 훔칠 수 없어서 매일 또 맞았다. 오빠는 마치 아빠로부터 배운 폭력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 내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그것이 자기의 권력이라고 여기는 듯도 했다.      



오빠의 폭력 뿐 아니라 내가 충격받은 것은 부모님 불화와 가정폭력에 대한 오빠의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부모님은 새벽까지 욕을 하고 몸싸움을 벌이며 다투고 있었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 나는 거실에서 부모님의 싸움을 아슬아슬 지켜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갑자기 구세주처럼 현관문이 열렸다. 오빠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오빠는 부모님이 소리지르며 다투는 모습을 곁눈질로 흘깃 보더니, 이내 방에서 자신의 옷가지만 챙겨 다시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이 때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제발 오빠라도 좋으니까, 제발 와서 이 싸움을 좀 중재하고 아니면 경찰에 신고를 하든 나는 보호받고 싶었는데. 오빠는 평소와 다름없는 부모님 싸움을 확인하고는 외면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아마 오빠와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대해 깊숙이 들어가 공포에 시달렸지만, 오빠는 무관심. 외면하는 것을 택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밖에서 여러 친구들과 새벽까지 어울려 놀면서 집안의 괴로움을 잊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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