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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7. 2018

동피랑

산토리니에 간다면 어떨까. 

산토리니와 통영은 지리적으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에게 해에 있는 최남단의 섬 산토리니와 한반도의 최남단에 가까운 통영은 도시 색에 정감이 섞여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제주도나 거제도는 도시와 어우러지는 풍광보다는 자연 그 자체의 매력이 있지만 통영만큼은 바다의 자연적인 환경 속에 스며든 도시의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다. 

통영의 동피랑 같은 동네에서의 숙박은 게스트 하우스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호스텔 혹은 게스트 하우스는 비교적 저렴하게 숙박을 할 수 있으면서 공동생활의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은 럭셔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게스트 하우스의 경험은 문제만 없다면 해볼 만하다. 매년 이곳에서는 동피랑 벽화축제가 열리는데 무려 35일 동안이나 열린다. 즉 체류하는 축제공간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동피랑은 통영시의 4개 동 (동호동, 정량동, 태평동, 중앙동) 일대가 어우러진 곳이다. 통영은 바닷가에 갑자기 생긴 마을처럼 벼랑 같은 곳이 적지 않다.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예전에는 이순신 장군의 통제영 동포루가 바다를 보면서 지키고 있던 곳이었다. 오래된 마을을 깨끗이 밀어내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을 좋아하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오랜 마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올라서서 통영의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를 바라보는 절벽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벼랑 위의 포뇨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해변의 마을인 이 동피랑 일대와 벼랑 위의 외딴집 한 채쯤은 어디라도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인물이 된다.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고래가 생겨나는 마법이 있을 것 같은 세계 속에 누구나 깊이 동화되는 통영의 바다와 물결치며 살아간다. 통영의 바다는 여기서는 배경이 아니라 살아있는 주인공인 셈이다. 한국은 조용한 가운데 급격한 변화를 만나고 있다. 여러 변화가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꿈이 있어야 한다. 

동피랑에는 특히 찻집이 많다. 모두가 직접 내린 맛있는 커피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동피랑에 있어서 그런지 커피숍들이 모두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저녁이 되면 조명이 켜지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은 잠시 조명 속에 쉬어본다. 

벽에 그려진 그림이며 캐릭터들이지만 생명이 부여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절로 미소를 자아내는 물고기 소녀 포뇨처럼 이쁘고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이 되기가 얼마나 힘들었던가 설화에서 보면 인간이 되고 싶어서 500년, 1,000년을 기다리는 동물과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야 겨우 인간이 될 수 있는데 그냥 인간으로 태어난 자체가 얼마나 축복인가. 

동피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벽화를 쳐다보기도 하고 그냥 멍 때리며 걸어보기도 하고 내가 왜 이곳에 와있는지 살짝 궁금증을 가져본다. 통영에 올 때가 되었으니 왔겠지만 와보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동쪽의 벼랑에 있는 나는 벼랑 밑에 집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본다. 위에 올라와서 보니 투명한 바닷물에 비추어지는 통영과 그 속에 담긴 음식들이 연상된다. 

카페도 좋지만 동피랑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음식도 있으면 좋겠다. 통영의 꿀빵이 유명하지만 동피랑까지 꿀빵이 등장하는 것보다는 절로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맛을 먹어보면 리얼리티가 더 살아나지 않을까. 

동피랑 벽화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어디선가에서 글라디올리스 같은 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글레디에이터(Gladiator)가 어원이 라틴어의 '검( gladius)'에서 왔는데  날렵하게 뻗은 잎이 무사의 검을 닮은 글라디올러스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렇게 강한 의미보다는 꽃의 의미는 열정적 사랑, 추억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좋다. 동피랑은 열정, 사랑, 꿈, 희망을 연상해볼 수 있어서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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