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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0. 2019

공원과 위안부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

덥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바람에 따뜻함이 묻어오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흩뿌려지는 그것은 당신이었고 봄이었고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통영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한 남망산에는 수영장과 통영시민문화회관과 조각공원,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정의비가 세워져 있다. 일본의 위안소는 동남아의 대부분 지역에 설치가 되어 있을 만큼 그 규모나 조직이 상당했다. 위안부가 밝혀진 것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임을 세상에 알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떤 공간이 든 간에 적합하게 어울리는 것이 있고 있으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다가 있으면 배가 있어야 무언가 어울려 보인다. 조금만 넘실거려도 넘어올 것 같은 바닷물이 앞에 가득 담겨 있다. 

세계 10개국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으로 1997년에 조성된 남망산 조각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조각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인간의 주체성과 존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자연 속에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을 끌어안으려고 노력해보았자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은 잡을 수는 없다., 그냥 시간을 거스르지 말고 그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을 배워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제 위안부라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비가 세워진 곳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주변에는 사람이 별로 아니 한 명도 없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는 성, 민족, 국가, 계급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억압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의 공창제에서 가져온 이 제도는 성이 이중규범이 그 근본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시에 성을 도구화, 대상화하고 여성을 구속화한 성차별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한국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거의 가난하고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빈곤하고 힘없는 하층 계급의 여성들이기에 계급 차별의 문제까지 내포하고 있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빈곤하면서 가난한 가정의 어린 여성이 입을 덜기 위해 돈을 만이 벌 수 있는 좋은 곳에 취직시켜준다는 꼬임에 집을 나섰는데 동원된 피해 여성들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국 여성들이 가장 많았으며 식민지배에 놓여 있는 한반도에서 동원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일본군의 직접 통제 하에 조직적으로 설치된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는 1932년 초 중국 상해의 해운위안소로 알려져 있으며 위안소의 규칙에는 사용시간에 따라 계급별로 위안부에게 돈이나 군표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로 위안부에 대한 사용요금의 지불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몸과 영혼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하나 됨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 위안부들에게 좋은 하루라는 날을 만나본 적이 있었을까. 자신의 편이 돼줄 사람이나 바람, 온도 그 어느 하나도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떠했을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모든 일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새로운 계절과 바람은 불어온다. 시간은 흘러갔더라도 잊혀야 될 일과 잊혀서는 안 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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