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고산정에 가다.
My Home이라는 의미는 아주 단순하게 해석하면 나의 집이다. 그렇지만 집이라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것과 함께 스며든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자신만의 아픔을 느끼고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치유가 되지 않기도 한다. 마음의 치유는 자신에게서 만들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사용된 음악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는 My Home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나서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9부 엔딩 장면에서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배경지로 등장한 곳에 가면 생각보다 그 소박함(?)에 실망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미스터 선샤인의 고산정은 드라마에서 받은 느낌보다 더 좋은 분위기에 정적마저 흘렀다. 한참 봄꽃이 만개하는 시기여서 그랬을까. 누가 그려놓지도 않은 건데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을 자연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드라마와 상관없이 그냥 이곳은 계절마다 와서 보고 싶은 그런 풍광이 있었다. 누가 저런 곳에 정자를 만들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겠는가. 안동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곳이 멋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명소였다고 한다.
1564년(명종 19)에 당시 선성현(宣城縣)의 명승지일(名勝之一)이었던 가송협(佳松峽)에 짓고 일동정사(日東精舍)라 불렀던 고산정은 성재 금난수(惺惺齋 琴蘭秀 1530∼1599) 선생의 정자다. 창건 당시부터 예안 지방의 대표적인 절경이어서 그의 스승인 퇴계(退溪) 선생도 누차 문인들과 함께 와서 영시 유상(詠詩遊賞)했던 곳이다. 직접 와서 보니 성성재 금남수 선생이 정자를 짓고 유유자적할만했다.
지금도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보아도 그 풍광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것만 같다. 안동시가 이곳 주변에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저 풍광은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본다. 어떻게 시간이 멈춘 듯이 고요하게 보일까. 마음의 균형도 저렇게 평온하게 흘러가면 세상에 아무런 걱정도 없을 듯하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 기와집인데 3m가량의 축대를 쌓아 대지를 조성한 저 정자는 모두 원주를 사용하였는데 주두상부에는 보아지를 끼웠으나 외부에는 초각을 하지 않고 내부에만 초각을 하였다.
고산정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강을 돌아서 조그만 돌다리를 건너서 와야 한다. 직접 정자를 보니 전면과 양측면에는 계자 난간을 둘렀는데 정자로의 출입은 난간의 양측 끝에서만 하게 만들어두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와서 좋았다. 정자 앞으로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맞은편 산기슭에는 물맛 좋은 옹달샘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아픔의 반대편에는 치유라는 것이 있다. 미스터 선샤인을 보면서 My Home이라는 주제가에서 아련한 아픔이 있었지만 그 배경지였던 고산정에서 치유가 있기에 균형이 있었다.
희망이란 살아있는 상태에 내재하는 최초의 가치이자 가장 필수적인 가치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유진 초이와 고애신과의 관계를 보면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적은 날 사랑하는 사람과 와서 가만히 앉아서 이 풍광을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로만으로 치유가 될 듯하다.
안동하면 하회마을이 대표적인 관광지였지만 고산정 한 곳만 하더라도 안동 하회마을에 필적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곳만의 풍광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보면 강물을 건너가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마음의 강을 배로 오고 가는 것은 무척 번다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번다함을 자주 하다 보면 배로 건너가지 않아도 될 다리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아픔을 치유하며 서로를 보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