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장수황씨 종택과 탱자나무
숫자에는 마음의 방향을 같게 하는 효과가 있다. 며칠 뒤에 만나자고 하면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날로 마음이 가게 된다. 어떤 지역에 자리한 나무가 몇 백 년이라고 하면 그 나무에 마음 쓰임이 다른다. 숫자를 통하여 마음을 한 곳으로 향하게 하되 지금 있는 장소에 상상력을 풀어놓는 것에 의미가 있다. 장수황씨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바로 황희 정승이다. 안동에 가면 황희 정승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를 모신 서원도 있고 그의 종택도 있지만 멀지 않은 문경에도 그 후손이 살았던 종택이 있다.
문경 장수황씨 종택(聞慶 長水黃氏 宗宅)은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문경 지방에 있는 양반가옥 중 하나로 장수 황씨의 종가다.
문경 장수황씨 종택은 1991년 3월 25일 경상북도의 문화재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었다가, 2013년 4월 8일 경상북도의 민속문화재 제163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특히 탱자나무가 유명한 곳으로 탱자나무는 유배지에 심어놓은 나무로 유명하기도 하다. 탱자나무로 둘러싸여 있으면 나오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문경 장수황씨 종택을 찾아와 보았다.
종택을 이루는 가문이라서 공간도 넓고 분위기도 넉넉하다. 대를 이어 그 가풍이 내려오는 가문은 말 쓰임 자체가 다르다. 평소와 다른 말을 쓰는 것만으로도 성격과 발상뿐 아니라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보이는 방식까지 달라진다.
평소 보는 탱자나무와는 조금 다르다. 오래된 탱자나무는 가시가 나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로 솟구쳐서 펼쳐진다. 필자가 이곳을 갔을 때는 참새들이 모여서 반상회를 하는 양 열심히 지저귀고 있었다.
사람은 지킬 수도 있고 때로는 깰 수도 있는 규범에 둘러싸여 사회를 살아간다. 같아 보이는 규범에서 존중해야 하는 지혜를 발견해야 하는가 아니면 넘어서야 할 편견을 보는 것인가에 따라 현실은 다르게 펼쳐진다.
문경 장수황씨 종택에 심어져 있는 탱자나무는 2019년 말에 드디어 천연기념물로 승격이 되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58호로 승격했다고 지난 12월 밝혔다.
찾아간 날은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문화재 지킴이가 와서 장수 황 씨 종택과 탱자나무를 살펴보고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나서 채 한 달이 안되어서 왔으니 의미가 있다.
나무의 높이는 6.3m, 수관(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 폭은 동~서 9.2m, 남~북 10.3m, 나무의 나이는 약 400년으로 추정된다. 탱자나무로써는 매우 큰 규모로 대단히 희귀하며 고유의 수형을 잘 유지해 자연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삶 속에서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어쩌면 영원히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장수황씨의 후손들이 오래 샀았을 이 공간의 이야기가 많았겠지만 그냥 겨울의 장수황씨 종택은 2020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