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봉명정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이 얼마나 시적이고 음악적인지 느낄 때가 있다. 음악적이라는 말은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이 다가오는 아름다움과 같다. 아련한 풍경 속에서 그런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문경읍을 돌아보는 시간은 그런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아침에 운무가 낀 것이다. 멋진 장면을 보는 순간, 설명이 없어도 사는 곳이 달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이력이 제각각이어도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단번에,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저 낮은 산의 꼭대기에 자리한 봉명정은 매번 보기만 했지 올라가 보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곳까지 굳이 가서 올라가 봐야겠다.
이곳은 실외 암벽장이 설치가 되어 있지만 지금은 활용되고 있지 않다. 혹시 이곳에서 인공암벽을 타보시려고 한다면 자제를 하는 것이 좋다. 안전성이 담보가 되지 않는 곳이다.
좋은 인생이란 완벽한 인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완벽함보다는 이상에 가까워 지는 것, 궁극적으로 인생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 이것이 필자가 살려고 하는 인생의 목표다. 봉명정의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가면 된다.
생각보다 계단의 수가 많은 편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빠르게 올라가서 그런지 몰라도 숨이 살짝 차기 시작한다. 요리가 재미있고 좋은 이유는 재료를 고르고, 다듬으면서부터 직접 만지고 모든 것이 손끝을 거쳐서 탄생하는데 그걸 맛보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다.
낮다고 얕보았는데 생각보다 계단이 많다. 아무도 뒤따라오는 사람도 없고 앞서 걸어가는 사람도 없다.
봉황은 오동나무에 깃들어 죽실(竹實)을 먹고 산다 고 하여 많은 정자가 봉명정(鳳鳴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을까. 봉황은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이라고 하는데 그걸 합친 것이다. 봉황은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서 사해(四海)의 밖을 날아 곤륜산(崑崙山)을 지나 지주(砥柱)의 물을 마시고 약수(弱水)에 깃을 씻고 저녁에 풍혈(風穴)에 잔다고 한다.
봉황은 새 중의 으뜸으로서 고귀하고 상서로움을 나타내기에 봉명정이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듯하다. 전각(殿閣)의 기둥머리에는 ‘봉두(鳳頭)’라고 하는 봉황의 머리 모양을 조각한 꾸밈새가 쓰였고, 공예에는 봉황 문양을 장식한 장롱인 ‘봉장(鳳欌)’이 있다.
봉명정에 올라서서 천천히 문경읍을 내려다본다. 문학은 언어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유토피아라고 하는데 여행에서 얻어지는 휴식도 이상적인 삶을 사는데 균형을 맞추어준다.
저 밑에 있는 숙박시설들의 상당수는 온천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지하 900m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분출한 칼슘중탄산천과 지하 750m 화강암층에서 분출한 알칼리성 온천수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단백질 기반의 산성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편이다. 그래서 알칼리성을 보충해주는데 산성과 알칼리성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신체에도 좋다. 한쪽으로만 편향되는 것은 결국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