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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를 담다.

문경 벽정에 자리한 경체정

형제자매가 서로의 우애가 깊은 것은 또 하나의 복이라고 볼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형제자매가 서로 관계가 좋지 않고 균열이 가는 이유 중 첫 번째는 경제적으로 과도한 욕심을 가질 때와 두 번째로 부모가 어떤 자식에게 편애를 할 때이다. 그 균열은 성인이 되어서도 덮혀지지 않고 이웃보다 못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형제자매 서로의 우애가 깊은 것은 또 하나의 복이라고 볼 수 있다.다. 장유유서라는 엣 교훈은 조금 더 일찍 태어난 이에게 힘을 실어주어 집안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려는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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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는 아름다운 계곡도 많이 있지만 논과 밭이 있는 풍경 속에 자리한 벽정은 조금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청대구곡의 제2곡이라는 벽정은 부벽을 안고도는 물굽이로 예전에는 함취정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형제간 우애가 깊어 집안이 번성한다는 의미의 경체정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 마을 안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에 옮겨진 것이 1971년으로 개인적으로 보면 이곳이 훨씬 멋지게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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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이제는 조선시대와 이전에 세워진 정자처럼 자연의 멋진 풍광 속에 사적으로 저런 정자를 짓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자산이라도 풍경 파괴라는 비난을 피해 갈 정도의 건축을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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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서 유일하게 달라질 수 있는 풍광은 이 앞에 흐르는 금천의 살얼음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아서 얼음이 꽁꽁 어는 것을 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강원도의 휴전선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면 꽁꽁 얼은 얼음의 강은 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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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신이 가진 생각이나 걸어왔던 길에서 편협적인 정보를 자식에게 전해주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자신의 결실 중 좋은 것을 전해주고 자식은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가문을 이루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 형제와 자매의 우애가 깊어지면 집안이 번성할 수 있다. 경체정은 그런 집안의 가르침을 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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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기회비용이 있다. 필자 역시 매일매일이 기회비용을 보는 선택의 연속이다. 때로는 경제적인 것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큰 흐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 분명한 것은 오늘의 선택으로 내일을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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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체정의 안쪽으로 들어와 본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관리가 되고 있기에 건물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오래된 것의 가치는 보존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순리에 따르는 것은 번영할 것은 스스로 번영하고, 쇠퇴할 것은 스스로 쇠퇴하게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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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서 정면을 바라보니 문경의 한 마을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금천변에 홀로 바위 위에 심어진 나무가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전국을 유랑하며 물성품 바람 성품 사방이 다 집이라는 생각으로 돌아다녔다. 그도 이곳을 와본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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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체정은 바위위에 기둥을 세운 정면3칸, 측면 1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중앙 마루와 양협실을 갖춘 중당 협실 건물이다. 경체정이 그 무게를 놓고 있는 아래의 바위가 부벽으로 금천강가의 너럭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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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체정에서 등장하는 7형제는 채성우, 영우, 약우, 현우, 장헌, 용우, 장오이다. 경체정의 경체는 시경의 소아편의 상체지화에서 유래되었는데 이곳을 벽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청대 권상일은 학문을 일찍 깨우쳐 20세에 옛 사람들의 독서하는 법과 수신하는 법을 모아서 '학지록'을 저술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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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끊임없이 하려는 것은 독서였다. 독서는 마음으로 하여 마치 밭을 경작하는 사람이 조금씩 조금씩 땅을 일구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시간의 밀도는 그 사람의 성실한 만큼이라고 한다. 성실한 만큼 시간의 무게와 밀도는 커지고 함부로 보내기가 힘들어진다.


나를 돌아보는 것이 배움의 첫 단추

나를 말하는 것이 소통의 첫 단추

나를 밝히는 것이 소망의 첫 단추

나를 아는 것이 논리의 첫 단추


나를 읽는 것이 독서의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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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의 이야기가 전해져내려 오는 문경의 금천에는 풍광이 좋은 곳도 많다. 바위 위에 자리한 경체정의 우의 가치를 알려줄 뿐만이 아니라 이곳을 벽정이라고 이름을 붙인 청대 권상일이 말한 독서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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