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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다.

문경 마성면의 봉생정

문명의 이기를 접하고 살아온 입장에서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떤 장소에 가면 그냥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있다. 냉난방 시스템과 상하수만 잘 갖추어진다면 가끔은 이곳에서 글을 쓰면서 머물고 싶다. 이날 방문한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470-1에 자리한 봉생정은 그런 곳이었다. 공간도 좋았지만 집의 방향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앞에 나와서 보는 풍광이 너무 좋았다. 이런 곳이라면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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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과 대야산, 희양산 등지에서 발원한 가은천과 주흘산, 조령산, 대미산 등에서 발원한 조령천이 합수하는 용연에 위치한다. 즉 위치상으로 무척이나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곳에서 걸어서 올라가야 그런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조금은 힘을 들여서 걸어 올라가야 봉생정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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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야산이지만 그래도 오르막길이어서 그런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위치상으로 멀리 고모산성이 보이고 석현성과 토끼비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걸어서 올라간다. 괜히 서애 류성룡이 이곳에서 쉬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봉생정은 선조 16년(1583)에 한양을 오갈 때 쉬어갔던 공간이라고 한다. 그의 문인 우복 정경세와 향유들이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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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걸어서 올라간다. 그렇게 힘든 구간은 아니다. 선조 16년에 기리며 세웠지만 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건물을 헌종 10년(1844)에 여섯 문중에서 수계하여 옛 터에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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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곳을 올라가면 봉생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걸어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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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와보니 이곳까지 올라온 것을 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손에 물이 들려있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잠시 봉생정의 대청마루에 가서 쉬어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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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가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가 되고 있어서 앉아서 풍경을 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앉아서 노래를 틀으며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이 시간의 여유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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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봉생정의 현판은 한말의 명필 해사 김성근의 글씨라고 한다. 진성 이상행이 사적기를 짓고 진사 이명호가 상량문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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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여유 있게 자리하고 있어서 앉아서 문경의 진남교반도 바라보고 휘감아 도는 물줄기도 쳐다본다. 그늘이 제법 잘 위를 가리고 있어서 편하게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봉생정 대청에 앉아서 마치 액자 속에 들여놓은 그림 같은 늙은 소나무를 보는 맛도 좋고, 발아래로 흐르는 천의 물길이 합류해 굽이치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맛도 좋다. 그래서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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