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구도항의 넘실대는 바닷속의 감태
육지에서 나오는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식재료이지만 바다는 그보다는 조금 더 용이하게 수확할 수 있는 식재료를 제공해준다. 바다는 가만히 있을 뿐인데 많은 먹거리들이 그 바닷속에서 나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리지 않고 계절에 맞는 먹거리들이 있는데 특히 겨울에는 해초류 등이 많이 나온다. 그중에 서산에서 유명한 감태도 있다.
이곳은 서산의 구도항이라는 작은 항구다. 바다까지 상당히 근접해서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넘실대는 바다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가 있다. 부두가 있는 곳 아래로 내려가 본다.
1월부터 2월까지 물이 빠져나간 뻘에는 파랗게 물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감태로 해조류에 속한 식품으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파래보다 가는데 너무나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겨울 먹거리이기도 하다.
저 멀리에 보이는 육지는 태안으로 얕게 솟아 있는 산은 가마봉이라는 산이다. 배를 타고 건너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곳까지 다리가 놓인다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듯하다.
다시 주변 바다의 풍경을 보면서 잠시 멈추어본다. 감태를 보면 꼭 매생이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매생이가 감태보다 더 가늘다. 감태는 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서 소쿠리에 물기를 살짝 뺀 다음 갖은양념에 무쳐서 먹으면 맛이 좋다.
수확한 감태는 이런 모습이다. 전도 부치고 국도 끓여서 먹을 수 있다. 물론 김처럼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자산어보에서도 감태를 묘사했는데 모양이 매산태를 닮았으나 다소 거친 느낌으로 길이는 수자 정도이다. 맛이 달며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고 묘사되어 있다.
감태를 씻는 것은 역시 바닷물에서 해야 한다. 감태는 일급수 지표생물에 가까워서 오염된 갯벌에서는 자생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칼슘은 토마토의 6배, 철분도 굴의 10배에 달한다.
바닷물이 넘실넘실 대며 필자에게로 다가오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일명 바다 멍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멍만큼이나 바다 멍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감태는 바닷물이 완전히 빠진 것보다 물이 적당히 있는 상태에서 매야 한다. 감태는 뜯지 않고 매는 것은 바로 그냥 맨손으로 채취하기 때문이다. 맨손으로 할 수 있는데 감태는 바다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재료다. 감태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있어야 한다. 서산의 앞바다같이 좋은 갯벌에 적절한 날씨가 더해지면 맛있는 감태가 나온다.
달달한 맛이라고 하듯이 바다에서 나오는 초록색 아이스크림과 같은 감태는 초록빛 만찬을 만들어준다. 겨울을 품었지만 초록색의 밥상을 만들어주는 이 시기의 감태를 먹어보는 것도 겨울의 맛을 즐겨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겨울은 그냥 춥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추운 대신 주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