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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냉면

평양에서 즐겨 먹었던 그 맛

by 나는 누군가 Dec 09. 2021

이남에서 양반의 고장하면 안동을 꼽지만 이북에서 양반의 고장하면 평양을 꼽는다. 물론 자유스럽게 그곳을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지만 고려, 조선시대에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유학자들이 많았었다. 한양으로 천도를 하고서도 평양은 많은 관료와 유학자들도 적지가 않았다. 이남에서는 곡창지대여서 세곡을 많이 운반했지만 평안도나 함경도는 땅 자체가 척박해서 세곡을 그 자체에서 해결하고 소비하였다.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음식문화와 지역만의 문화가 발달해갔다. 특히 놀이와 술 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자연스럽게 음식문화가 따라갔던 것이다. 


평양냉면은 술 문화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지금은 냉면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당시 냉면은 술 한잔과 어울리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전국의 기생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평양으로 모인다고 하였는데 사대부와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즐기고 시(詩), 서(書), 화(畵)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기생들이 적지가 않았다. 기생문화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왜곡되면서 현재 접대부의 선입견과 연결이 된다. 

전통의 평양냉면이라고 부르는 음식은 양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올리는 고명이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다.  메밀의 주산지인 평안도 지역에서 냉면을 가장 많이 소비할 수 있었는데 밀가루는 재배하기도 힘들고 생산량도 적으니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꿩고기를 넣어 먹기도 했는데 서민들에게는 꿩이 더 구하기가 쉬웠을 것으로 보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닭고기가 얹어져서 나오는 곳이 많다. 그리고 계란지단은 부인 필지 등에서 소개된 냉면에 등장한다. 

진득하게 우려낸 육수지만 일반적으로 강한 양념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처음에 심심하다. 그런데 자주 먹다 보면 평양냉면이 훨씬 속이 편하고 국물도 잘 들어간다. 이곳의 냉면은 메밀을 사용하기에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가위가 없어도 된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한 발씩 넘은  역사적인 순간 떠오르는 것은 평양냉면이었다. 역시 음식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 

사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왜곡되기 십상이다. 면발을 먹고 나면 자꾸 국물이 들어간다. 끝까지 다 마셔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힘든 것이 평양냉면의 매력이다. 일반적인 냉면은 양념이 너무 강하다. 너무 강한 양념 속에 짠맛이 너무 많이 스며들어 있어서 불편함도 있다. 심심하면서도 그 속에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있으면서 조화로운 맛이 평양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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