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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냉면

평양에서 즐겨 먹었던 그 맛

이남에서 양반의 고장하면 안동을 꼽지만 이북에서 양반의 고장하면 평양을 꼽는다. 물론 자유스럽게 그곳을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지만 고려, 조선시대에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유학자들이 많았었다. 한양으로 천도를 하고서도 평양은 많은 관료와 유학자들도 적지가 않았다. 이남에서는 곡창지대여서 세곡을 많이 운반했지만 평안도나 함경도는 땅 자체가 척박해서 세곡을 그 자체에서 해결하고 소비하였다.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음식문화와 지역만의 문화가 발달해갔다. 특히 놀이와 술 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자연스럽게 음식문화가 따라갔던 것이다.


평양냉면은 술 문화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지금은 냉면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당시 냉면은 술 한잔과 어울리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전국의 기생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평양으로 모인다고 하였는데 사대부와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즐기고 시(詩), 서(書), 화(畵)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기생들이 적지가 않았다. 기생문화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왜곡되면서 현재 접대부의 선입견과 연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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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평양냉면이라고 부르는 음식은 양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올리는 고명이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다. 메밀의 주산지인 평안도 지역에서 냉면을 가장 많이 소비할 수 있었는데 밀가루는 재배하기도 힘들고 생산량도 적으니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꿩고기를 넣어 먹기도 했는데 서민들에게는 꿩이 더 구하기가 쉬웠을 것으로 보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닭고기가 얹어져서 나오는 곳이 많다. 그리고 계란지단은 부인 필지 등에서 소개된 냉면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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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하게 우려낸 육수지만 일반적으로 강한 양념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처음에 심심하다. 그런데 자주 먹다 보면 평양냉면이 훨씬 속이 편하고 국물도 잘 들어간다. 이곳의 냉면은 메밀을 사용하기에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가위가 없어도 된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한 발씩 넘은 역사적인 순간 떠오르는 것은 평양냉면이었다. 역시 음식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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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왜곡되기 십상이다. 면발을 먹고 나면 자꾸 국물이 들어간다. 끝까지 다 마셔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힘든 것이 평양냉면의 매력이다. 일반적인 냉면은 양념이 너무 강하다. 너무 강한 양념 속에 짠맛이 너무 많이 스며들어 있어서 불편함도 있다. 심심하면서도 그 속에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있으면서 조화로운 맛이 평양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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