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을 만큼 맛있는 錢漁(전어)
집 나간 며느리가 없어서 전어를 구우면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항상 이 시기가 되면 전어와 대하는 빠지지 않는 소재이기도 하다. 전어는 호불호가 갈리는 생선이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풍요로운 가을의 대명사로 우리를 찾아온다. 하동의 술상항이라는 곳은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으로 빠른 물살만큼 전어의 운동량이 활발해 탄탄한 육질과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술상항으로 가는 길목에 풍광이 좋아서 내려서 하동의 산을 바라보았다. 호수에 비친 산과 구름이 그림 같다. 집 나간 며느리로 대표되는 전어라는 이름에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을 만큼 맛있다는 뜻에서 '錢漁(전어)', 머리부터 버리지 않고 모두 다 먹을 수 있어서 '全漁(전어)' 등으로도 불린다.
전어의 주요 성분은 100g 중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회분 2g으로 이루어져 있고 120㎉의 열량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의 전어는 다른 곳의 전어보다 확실히 활동량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역시 산지에 오니 전어의 활동량이 대도시와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계속 수조를 맴돌면서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다.
포장을 해서 나갈 전어를 술상항의 아주머니들이 손질을 하고 있었다. 우선 이렇게 떠놓고 한 분은 손질하고 다른 분은 살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얼음에서 숙성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팩에다가 포장을 하고 계신 분이 옆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서는 경상도와 충청도의 전어를 으뜸으로 쳤다고 하니 술상항의 전어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평온해 보이지만 이 바다도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모른다. 최근에 계속 수온이 올라가면서 잡히는 어종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편하게 전어를 먹을 수 있지만 전어잡이는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물살이 잦아드는 약 두 시간만 전어 떼가 움직이기 때문에 녹록지 않다고 한다.
행복은 등대의 불빛처럼 멀리 떨어져서 볼 때만 따뜻하게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따스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채화와 관련한 물감과 나무이젤, 담비붓등을 구매했다.
이날은 날이 흐려서 전어잡이를 나갔던 배들이 보이지 않지만 술상항에는 싱싱한 전어와 대하를 볼 수 있어서 가을 느낌을 물씬 받아볼 수 있었다. 새콤달콤 회무침으로도 인기가 높고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가 있는 술상항은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중에 어디선가 뱃머리에 만선 깃대를 꽂고 들어오는 어부의 모습이 있는 곳에서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