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창리의 꽃게장 집의 간장게장
여행을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맛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녔던 지역의 맛있는 음식이 한 군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곳을 갔기에 더 맛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먹는 것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즐거운 법이다. 먹을 수 있는 의지가 있고 경제력이 있으며 입맛이 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한 것이 삶일 수 있다.
꽃게로 만든 간장게장을 먹을까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을 먹을까로 고민을 엄청했다. 이런 고민은 사실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다. 무엇을 선택해도 그날은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밥도 중요했기 때문에 영양밥이 들어간 간장게장 정식을 먹기로 결심했다. 대신 꽃게장이 아닌 돌게장이 나온다. 돌게장보다는 꽃게장이 더 달고 먹을 것이 더 많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항상 식사시간을 지나서 식당을 방문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배는 상당히 고프다는 단점이 있다.
주문을 하고 나니 반찬이 나온다. 많지는 않지만 요리 솜씨가 괜찮은 편이다. 옆에 있는 달래 간장은 영양밥을 비벼먹으라고 나오는 듯하다. 냄새를 맡아보니 제법 향긋한 내음이 밥에 비벼먹으면 괜찮아 보였다.
찬을 여러 개 만들어서 먹는다는 것이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주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데 만약 맞벌이를 한다면 더욱 쉽지 않다. 반찬은 잘하는 곳은 많지가 않고 챙겨 먹자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마다 가면 조금 특이한 반찬들이 하나씩은 있다. 김치도 중국산 등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괜찮은 음식점들은 특유의 맛이 있는데 그런 맛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다. 입맛이 이리 까다로우니 배달음식이 입에 맞을 리가 없다.
영양밥이 드디어 나왔다. 영양밥이란 말 그대로 영양이 들어간 밥이라는 건데 사실 쌀만 들어가면 영양소가 부족하니 콩이나 밤, 은행 등을 넣어서 지은 밥이다. 한 번에 여러 영양소를 해결하는 장점이 있다.
돌게장이 나왔다. 돌게는 민꽃게(학명: Charybdis japonica)는 십각목 꽃게과에 속하는 게인데 주로 게장을 담아먹고 꽃게보다 약간 작으며 민꽃게라고도 부른다. 꽃게보다 특히 집게발이 몸집에 비해 큰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집게발에 먹을 것이 많다.
많지는 않지만 한 뚝배기 정도의 게국지가 나온다. 이곳에 들어간 게는 딱딱해서 그냥 국물을 먹는다 생각하고 김치와 국물을 주로 먹게 된다. 게국지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비린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게국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물탕과는 다른 묘한 맛이 있다고 할까.
나온 영양밥을 달래장을 넣고 잘 비벼본다. 게장을 먹을 예정이니 너무 짜지 않게 비벼주는 것이 좋다. 이것도 짜고 게장도 짜면 반드시 물을 부르게 된다. 덕분에 하루 종일 목마름에 시달리며 물이나 음료를 찾아다녀야 했다.
몸통은 꽃게장이 더 맛있지만 집게발에 들어간 속살은 쫀득한 것이 좋다. 먹기 좋게 손질해서 나오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이가 튼튼한 것을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다.
돌게라고 하면 연상되는 지역이 있지만 바닷가라면 돌게가 잡히기에 오래된 음식점에서는 돌게장을 내놓는 집들이 적지가 않다. 이날의 먹행은 돌게장에 방점이 찍혔지만 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아서 겨울의 여운을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