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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섬 여행

색다름을 만나볼 수 있는 여행지 태안의 섬 황도

사람은 살고 있는 공간 혹은 살았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섬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독특한 경험을 대도시에서 살았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어도 독립되어 있는 마을 문화와 공동체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 충청남도 태안에는 다리 하나로 연결된 작은 섬이 있다. 황도리에 자리한 황도라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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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라는 섬에는 많지는 않지만 예로부터 공동체의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황도 붕기풍어제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고 예방과 마을 평안·풍어를 기원하는 마을제사로, 매년 음력 정월 초이틀과 초사흘에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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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라는 지명은 복숭아가 많이 나와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름철이면 보리가 익어 온 섬이 누렇게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황도 붕기풍어제는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종교의식에 가까운 행사로서 원형이 잘 남아있으며, 마을의 화목과 협동을 다지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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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으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 옛날, 바다에 나간 주민들이 안개로 항로를 잃고 표류하다 지금의 당집이 있는 당산에서 발한 불빛을 따라가 무사히 황도에 도착했었다고 한다. 각종 사고를 막고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실시돼 왔고 지난 1991년 충남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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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리 붕기풍어제 보존회 주최 행사로 정월 초이튿날(11일)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당주의 집에서 풍어 및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세경굿’, 제주와 제물을 앞세워 당집을 올라 뺏기를 꽂는 ‘당오르기’, 붕기(오색기) 들고 달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한 ‘본굿’에 이어, 당주가 미리 마련해 둔 고기를 배에 나눠주는 ‘지숙경쟁’과 선주가 풍어 기원 고사를 지내는 ‘뱃고사’ 등으로 마무리가 된다. 붕어제가 열릴 때는 누구나 이곳에 와서 맛있는 식사를 한 끼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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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북동쪽 끝에서 약 300m 떨어진 2.5㎢ 면적의 작은 섬으로 대하, 참조기, 주꾸미 등이 많이 잡히며 개펄을 이용한 김, 바지락, 양식업이 발달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당산을 신성시 여겨 당집을 지어 제사를 지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했는데 찾아갔던 날에도 누군가 와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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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기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은 만선의 배에 다는 기를 말하며 황도의 이곳 당산은 어두울 때도 밝을 빛을 보여주어 어선을 이끌어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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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황도리의 황도에는 황도 소공원과 옛날의 분교였지만 사라져 버린 학교의 흔적도 있고 황도항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가을여행으로 섬 여행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섬이라는 독립된 공간에서 전해지는 마을 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특산물로 접해보는 한 끼의 식사는 풍요로운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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