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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동강의 느러지 전망대

영산강이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한반도의 모습

by 나는 누군가 Feb 21. 2025

전망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보기 위해 높이 올라가야 한다. 느러지 전망대라고 해서 한 여름 수국이 피어날 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라도 나주의 대표명소이기도 하다. 담양 용추봉에서 시작된 영산강이 목포 하구언으로 흘러나가기 전 U자 모양으로 크게 굽이치는 곳에 자리한 느러지 마을은 그 모습이 한반도 지형을 닮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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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하다는 느러지 전망대를 보기 위해 나주의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보았다. 나주 대표 관광명소 10곳에 들어가 있는 느러지 전망대는 한반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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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관광 10선은 금성관, 영산강 등대와 황포돛배, 빛가람호수공원·전망대, 느러지전망대, 국립나주박물관과 반남고분군, 남평 드들강 솔밭유원지, 불회사, 산림자원연구소, 천연염색박물관, 금성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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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도 그렇지만 이곳에 오니 바람이 정말 많이 불어서 입에서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전망대는 4층 높이로 3층과 4층까지 올라가면 영산강의 아름다운 비경과 한반도 형상을 관망할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어가기에는 얼어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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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풍경을 보기 위해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느러지 전망대의 느러지는 늘어진다는 의미로 물결이 늘어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동강 느러지는 S자 모양으로 강이 휘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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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풍경 속에 시원하다 못해 살을 에이는 남도의 겨울바람을 맞으며 갈대와 억새 그리고 넉넉하게 품어주는 호남의 젖줄을 따라 하구로 갈수록 무한대로 커지는 영산강에는 남도의 겨울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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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곡강 최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1487년 제주 등 3읍의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으로 임명되어 제주로 건너갔는데, 거기에서 다음 해 초에 부친상의 기별을 받고 곧 고향으로 급히 오는 도중에 풍랑을 만났는데 이때 명나라에 도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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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란 사람이 쓴 책은 금남표해록인데 8,000리 길을 거쳐온 중국 땅에서의 견문을 기술하여 성종에게 바쳤다고 한다. 최부는 성종의 아들인 연산군이 즉위하고 나서  연산군의 잘못을 극간(極諫)하고 공경대신들을 통렬히 비판하다가 무오사화 때 화를 입어 함경도 단천으로 귀양 갔으며 여기서 6년을 지내다 갑자사화 때 처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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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도 여러 본관이 있는데 나주 사람인 최부의 본관은 탐진(耽津). 자는 연연(淵淵), 호는 금남(錦南)이다. 그의 삶은 그렇게 행복하게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때 생경했던 외국의 이야기를 쓴 것은 색달라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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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산 북쪽 용흥사 계곡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약 136㎞를 달려 장성, 광주, 나주, 영암, 무안을 거쳐 영산강 하굿둑을 통해 목포 앞바다로 흘러든다. 최부가 처형되었던 것처럼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반대파에게 참혹한 화를 당하는 여러 사화(士禍)가 터지자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으로 내려와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살았다. 삶에도 굴곡이 있듯이 마치 한반도 지형처럼 휘어가는 강을 보면서 그런 굴곡이 없으면 아름답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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