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의 탐욕과 무지함, 금전적 이득이 결합된 사기
지금이야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에 진로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관련과에서 가장 먼저 자격증을 취득했었고 그 분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당시에 연대 관련과로 석사과정을 가는 길과 투자회사인 영국의 테스코와 합작한 삼성 테스코에 면접을 하는 길이 있었다. 홈플러스는 당시에는 막 성장하는 회사였지만 여전히 확장세는 부족했었다. 그러다가 테스코와 합작하면서 성장하다가 프랑스의 유통회사인 카르푸가 철수하면서 남긴 매장을 흡수하면서 단번에 이마트와 함께 대형마트 매장의 점유율을 높였다.
삼성 테스코등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성분석과 함께 그때 당시에도 무척이나 생소했던 REIT를 알고 있어야 했다.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공부하자는 자세가 되어 있었던 그때 800페이지가 넘었던 부동산 금융과 투자는 홀로 독학하기에 어려운 책이었다. 부동산금융의 법적 사항, 자금조달, 이자요소, 고정금리 저당대출, 변동금리 저당대출, 주택금융분석, 상업용 부동산, 재무 레버리지와 부채구조, 저당시장, 원리금 자동이체증권, CMOs 및 파생증권, 부동산투자증권등은 단시간에 홀로 흡수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한국도 상업용 부동산이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REIT와는 자금의 운용이 다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한국의 리츠는 한국의 주식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지는 못할 것이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이 리츠가 다시 등장한 것은 최근이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사실 홈플러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회사다. 그걸 몰랐다면 세상을 나이브하게 보고 살아가는 것이다. 부동산금융에서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은 운영이다. 얼마나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고 빠져나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홈플러스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인테리어나 매대구성, 운영방식 모두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심지어 외관은 낡아서 망해가는 것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홈플러스가 빌린 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자 부지를 팔아먹고 나서 그걸 재임대하면서 생긴 결과다. 자신의 자산을 팔아먹고 전세 살듯이 살면서 집에다가 투자를 하기도 힘들뿐더러 집주인이 그걸 원하지도 않는다.
형태는 다르지만 헬스장의 운영방식도 유사해 보인다. 어차피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몸을 관리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즉 본질을 잃어버리면 그 뒤에는 사기와 먹튀만이 남게 된다. 언제부터 일반 사람들이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았는가. 아예 자신의 삶에 비서를 두면서 살지 뭐 하러 생각하면서 살아가는가. PT를 전문적으로 하는 트레이너 중에 괜찮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의 비중은 극히 적다. 예전에 헬스장은 기구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스스로 운동하는 곳이었다. PT는 사실 의지박약인 사람에게 돈을 많이 내고 그것이 아까우니 운동하게끔 하는 그런 폼생폼사의 삶을 사는 사람과의 묘한 결합이랄까.
이 책을 처음 산 것이 2000년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다. 그렇게 꼼수를 쓰면서 상환시기를 늦추던 MBK는 또 하나의 꼼수를 만들어낸다. 홈플러스와 재정적으로 분리된 홈플러스 리츠를 만들어내었다. 홈플러스 리츠를 통해 자신을 매입하고 부실자산은 홈플러스에 남겨두는 형태다. 대전도 그렇게 팔아먹은 홈플러스 부지에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올라가면서 망할 징조가 보이는 주거시설이 있다. 그렇게 분리한 것은 홈플러스의 기업가치가 하락할지언정 홈플러스 리츠를 통해 EXIT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지금의 헬스장도 사업자와 소유주를 분리를 통해 먹튀헬스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PT 따위는 이제 옵션처럼 되어서 마치 바겐세일되는 상품이며 언제든지 약속을 저버릴 수 있는 무형의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로 운동을 하고 싶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은 월에 1만 원을 내는 곳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다닌다. 돈을 많이 낸다고 해서 자신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래간만에 보니 살짝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옛날 생각을 하면서 페이지를 들쳐보는 재미가 있다. 어차피 흐름이나 개념에 대해서만 알고 있으면 AI가 모든 계산은 알아서 해줄 것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아무리 책임을 운운해도 홈플러스는 회생가능성이 없다. 이미 산업 생태계는 모두 망가졌고 이미 쿠팡과 같은 유통플랫폼으로 옮겨갔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기업의 신용도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 지금 유통기업의 미래가 없는 것은 자산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산을 담보로 이미 돈을 빌릴 때로 빌렸기 때문이다. 실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기업가치를 계상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잘 운영할 생각도 없었던 홈플러스와 헬스장은 닮은 것이 많아 보인다. 규모만 다를 뿐이다. 어차피 신뢰가 사라지고 나면 모든 사람이 외면하게 된다. 방법은 하나뿐이 없다. 깨끗이 망하고 나서야 다시 길이 보일 뿐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홈플러스의 외관과 그럴듯하게 몸을 만든 헬스 트레이너의 몸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결국에는 얻을 것이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