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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사람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지배받는 존재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던가 나아가서는 자신의 민족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감추어져 있던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특수상대성 이론에 이어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밝혀냈을 때에도 우월하다고 생각했던 민족들은 다른 민족을 탄압하고 나아가 심지어 멸종을 시키려고 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히틀러나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미개해서 계몽시켜야 하겠다는 일본인들이 있다. 그렇게 마치 사람은 자신이 받은 유전자의 한계로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로 인해 그들 스스로가 우월해서가 아니라 그냥 괜찮은 환경에서 운 좋게 태어난 덕분에 그걸 누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무기와 병균, 금속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바꾸었는지도 접해볼 수가 있다. 좁혀서 생각해 보면 괜찮은 학벌이나 재산, 지위등은 그들 스스로가 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지리적인 조건이나 가정환경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아예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쩌다가 한 명씩 나오는 사례를 들어서 마치 타고난 재능이 그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건 지극히 잘못된 관점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태어난 나라, 태어난 지역, 태어난 가정환경이다. 그것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태어난 환경 자체를 놔두고 다른 조건들을 가지고 설명하려고 하면 이 문명세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넘어서 열등한 종족은 영원히 지배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파시스트적인 리더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가 있다.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치고 총, 균, 쇠와 같은 책을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이런 책을 읽었다면 그들은 사람들을 선동하는 지배계층에서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구매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1998년에 출간된 이 책은 제레미 다이아몬드라는 사람을 전 세계적인 학자의 반열에 올려두었다.


미국을 필두로 하는 전 세계적인 불균형은 해소될 가능성은 많지가 않다. 이 불균형의 역사는 너무나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에서 재화를 구축하고 아프리카에 비하면 작은 영토를 가진 유럽에서 피의 역사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무기, 기술은 유럽을 부강하게 만들어주었고 그렇게 미국으로 옮겨간 유럽인들은 미국을 지금과 같은 나라로 만들었다. 문화적 차이는 환경적 차이의 산물이다. 한국은 일제강점기로 발전이 더뎠지만 일본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태평양 전쟁에서 패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총, 균, 쇠의 역사에서 본다면 한국은 미국에 종속적인 상태로 발전하여 기술을 따라갔으며 SOC투자를 심각하다고 생각할 만큼 축소하고 모든 것을 개인의 영역에 맡기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한국전쟁 이후에 1960년대부터 경공업과 중공업 위주로 기업을 육성할 때만 하더라도 그 발전이 20~30년 동안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마치 한국은 영원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20세기말에 빠르게 식어갔다. IMF 이후에 기술에 기반한 발전은 전 국민에게 과실을 주는 것은 끝이 났다. 대기업과 그나마 많지 않은 자원을 서울과 강남과 집중한 덕분에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지리적인 이점을 주었다. 그리고 빈부격차가 극대화하는 십수 년의 과정을 거쳐왔다.


환경의 영향을 외면한 채 한국은 모든 것을 자신의 능력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는 환상을 가진채 살아왔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세대들은 이미 지금의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투기를 해서 폭망을 하고 환경에 지배받아 어쩔 수 없음을 아는 사람들은 아예 기존의 사회시스템을 거부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총, 균, 쇠로 본다면 현대 한국사회를 분석을 할 수가 있다. 고려와 조선은 정치적으로 완전 교체를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그나마 식량을 재배하고 재화를 축적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군사력 위주의 고구려와 식량기반의 백제와 신라의 각축전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경제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더라도 한국의 리소스는 분명히 한정적이다. 한국경제가 마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랬다면 OECD에서 노인의 빈곤율이 가장 높지도 않았을뿐더러 서울로 더욱더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총, 균, 쇠에서 언급된 것처럼 환경이 애초에 모든 기회를 결정해 버리는 것을 알 수 있다면 해결할 수가 있는 방안도 있지만 알면서도 아무도 해결하려고 생각하지도 않고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의 이해관계로 인해 문제가 너무나 심각해지기 전까지 그냥 이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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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이전 10화쓰다 보니, 쓸 만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