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만의 먹거리 다양한 맛이 담긴 다찌 먹고 야경 만끽하기
통영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통영에는 맛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골라서 먹기에도 고민이 든다. 그렇지만 그런 먹거리를 모두 포함한 종합선물세트가 있다면 어떨까. 어릴 적에 가장 많이 받고 싶은 선물이 과자별로 모두 들어가 있는 듯한 종합선물세트였다. 지금은 그런 선물세트가 인기가 사라졌는지 볼 수가 없지만 모든 맛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은 때론 색다른 즐거움이 되어주기도 한다.
어떤 곳을 여행 갈 때에도 마치 현지에서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듯이 다녀본다. 대표적인 관광지를 다닐 수도 있지만 디테일을 발견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때문에 색다름이 덜하다. 특히 먹거리는 현지의 골목을 다녀보면 어떤 곳이 좋을지 느낌이 온다.
통영의 강구안 골목에도 오래된 건물들이 있는데 요즘에는 그런 건물들의 묘미를 살려서 작은 카페나 식당을 하는 곳들도 있다. 음식은 무조건 특색 있고 맛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곳과의 차별성이 생긴다. 차별성이 생기면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름을 느낄 수가 있다.
얼마 전까지 열풍처럼 몰아쳤던 오마카세와 통영 다찌는 공통점이 있다. 말 그대로 오마카세는 주인장 마음대로 가장 좋은 식재료를 내놓는다는 의미다. 일본의 고유 식문화이기도 한 오마카세는 스시를 내놓는 음식점에서 매일매일 같은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이에 착안한 요리사가 그날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가지고 요리를 내놓는 것이 오늘날의 오마카세의 시작이기도 하다.
통영도 뱃사람의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통영 강구안일대를 가보면 다찌와 반다찌를 내놓는 음식점들이 있다. 1인분의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남자가 뱃일을 하러 나가면 여자가 오랫동안 안 들어오는 그 기간에 항구등에서 구한 식재료를 가지고 내놓는 식문화가 다찌다. 즉 그날그날 메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식 오마카세가 통영의 다찌라고 할 수가 있다.
한 음식점을 들어가 보았다. 어떤 다찌를 들어갈까 고민고민하다가 들어가 본 음식점이다. 역시 정해진 것은 없이 그날 준비된 것 위주로 나온다. 대도시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그런 독특한 먹거리들이 나온다.
집에서 누군가가 친절한 이모가 내어주는 음식 같기도 하고 한정식 느낌도 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통영다찌는 노포스타일이라고 할까.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언가 푸짐하고 해산물이 메인이긴 하지만 흔하디 흔한 음식이 나오지는 않는다.
조개와 문어, 병어조림, 두부김치, 수육등이 나온다. 역시 여행은 먹는 것에서 시작해서 만족감을 느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여름철 어물전 단골손님으로 꼽히는 병어는 지방이 적고 비타민과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을 지닌 병어는 도시사람들보다 바다사람들이 좋아하는 듯하다. 예로부터 병어찜을 제사장에 올리는 귀한 생선으로 여기고 있으며 병어는 흰 살 생선으로 붉은 살 생선에 비해 수분이 적어 국물 요리보다는 회나 구이, 찜, 조림 등에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안주로 나오는 조개찜은 술조개찜으로 먹는데 그냥 담백하게 먹어도 좋다.
부침개도 빠지지 않는데 먹는 음식이 애매할 때 부침개만큼 좋은 음식도 없는 듯하다.
이날의 메인메뉴는 병어회, 숭어, 굴, 멍게, 전복회등이다. 안주가 주인장 마음대로 준다는 점에서 오마카세와 비슷하지만 술을 주문하면 해산물 안주와 같이 나오는 한상이라는 점에서는 다르다. 재고가 좀 남은 안주를 마구 얹어서 양도 구성도 그날마다 주인장 마음마다 다르다.
오래간만에 찐 땅콩을 먹어본다. 찐 땅콩은 참 맛이 좋다. 일반적인 땅콩보다도 더 고소하다고 할까. 지금 통영의 다찌는 원래 술꾼인 어부들의 양에 맞추어 술도 안주도 푸짐하게 나오다가 관광객들이 이 특이한 술문화를 접하면서 점점 가벼운 사이즈로 간소화되었다.
통영에서 만난 다찌의 추억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통영의 강구안 그리고 동백, 중부지방보다 따스한 겨울바람에 마음이 녹는 듯하다. 추운 겨울이지만 겨울의 정취 속에서 통영의 가볼 만한 곳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풍성한 미식이 조화를 이루며 푸른 바다는 덤이 되어주는 도시가 통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