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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성 Dec 27. 2018

ep7. 번아웃 증후군 탈출기

#밥 먹는 것조차 귀찮은 상태

Burnout Syndrome은 정신적 탈진 상태를 의미한다. 

정신과를 가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몸의 이상을 느꼈던 것은 작년에 작업실에서 생활할 때였다. 그 당시의 나의 상태를 비유하자면, 머리의 필라멘트가 끊어진 듯한 느낌이라면 적절하겠다. 


일을 너무 많이 하고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면서 열정이 고갈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어떠한 직무에 관해서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도 한다. 


그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냥 앉아서 게임이나 하고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중요한 건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즐겁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기는 싫고, 나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게임이나, 영화를 보지만 작업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정말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면 나아질까 하는 기대감에 캠핑도 다니고, 여행도 좀 다녀봤는데 좀처럼 나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끝내는 주위에 사업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증상에 대해서 고민상담을 해보았다. 다들 열정적으로 살고 있기에 한 번씩은 겪은 일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진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나도 그냥 열심히 살고 있는 척하고 싶은 기분 탓이겠거니 현실을 부정하기도 했었지만 나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 지기만 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작품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창작자였기 때문에, 그 창작을 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건 나에게 꽤나 심각한 일이었다. 



결국 나도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고, 번아웃이고 뭐고 간에 당장 해야 할 일들에 떠밀려서 그냥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의 병은 없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치료에 꽤 효과적이었던 것은 독서였다.


독서는 나에게 여가 생활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수단이었다. 타인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작가의 열정을 본받을 수 있었으며, 때로는 그들이 겪은 노하우와 값진 경험을 단시간에 흡수할 수 도 있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여가 생활을 즐기면서도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보다는 충전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혹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일단 손에서 일을 내려놓고, 책을 들어보자.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과 해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약으로 병을 고치듯, 독서로 마음을 다스린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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