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모닝 페이지
지웠던 연재 브런치북을 다시 만들었다.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엽편소설을 연재하던 브런치북, '정 이야기'.
몇 달 전 주 3회 연재를 목표로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흐지부지하게 끝냈던 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하게 된 건 다름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가를 꿈꾸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의 목표였으니까.
제대로 소설을 쓰자고 마음먹고 나서 나는 한동안 조급한 사람처럼 굴었다.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이 소설을 써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기회가 날아가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주 3회 연재를 마무리한 후폭풍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셌다. 더 이상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쓸 수 있을 거라는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역시나 나는 안 된다는 자기 비하를 하며 이번에도 또 슬그머니 포기했다. 그렇게 소설이라는,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을 또다시 내 손에서 나 스스로 놓아버린 것이다.
사람은 꿈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실제로 '소설가'라는 꿈을 잃은 내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갔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대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고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면서 남은 인생을 살 수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결국 소설을 써야 한다는 것을. 쓰지 않으면 언젠가 지금보다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일이 생기리란 것을.
예전부터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구상한 소설인데 분량으로 치면 장편 정도 될 것이다. 원래는 바로 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곧 단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지금의 나는 하루에 길게는 2시간 내지 1시간 밖에 소설을 쓸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호흡으로 이어가야 하는 장편소설은 현실적으로 쓰기 어렵다. 물론 경험이 있고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소설 창작에 대한 경험도 이렇다 할 능력도 없는 나에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섰다.
이런 내 결정을 두고 마음속에서는 또다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들려온다. 맞다. 타협이다. 나는 그 비아냥거림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의 내겐 타협점이 필요하다. 빡빡한 일상에 밀려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나려는 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서.
타협과 최선의 사이에서 나는 '엽편소설'이라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물론 엽편소설이라고 하여 1-2시간 만에 금방금방 뚝딱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분량이 비교적 긴 단편이나 장편보다는 좀 덜 막막하고 덜 무섭다.
이번에는 연재 주기를 주 1회로 잡았다. 욕심 같아서는 더 자주 업로드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그간의 시행착오로 절실히 깨달았다.
나의 타협점이 또 하나의 변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쓰는 수밖에 없다. 매주 1편, A4로 2-3장 분량의 짧은 소설을 꾸준히 하나씩.
지금의 타협이 나만의 최선이 되기 위한 노력을 묵묵히 이어 나가볼 것이다. 꿈은 꾸는 것보다는 이뤄나가는 편이 더 재밌고 뿌듯하니까.